(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한복판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캠퍼스 2000호 빌딩 회의실. 6일 낮 12시 점심시간에 마련된 대학생 탈북자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 구글러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이날 초청된 북한 탈북자는 각각 2008년과 2005년 북한을 탈출한 백요셉(28.한국외국어대 재학) 씨와 박은아(23.연세대 재학) 씨 등 2명.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회원인 이들은 애초 스탠퍼드대학 학부 한인학생회(KSA, 회장 김현경)의 초청으로 스탠퍼드대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 사실을 알게 된 구글 직원들의 초청으로 구글 본사에서도 강연을 하게 됐다. 백 씨는 "북한에서 군복무시절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다 실패한 것을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 등을 통해 하는 등 수차례 시도 끝에 러시아에서 유엔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독일을 경유해 한국에 오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서방언론과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탈북에 성공했지만 저처럼 행운을 얻은 탈북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높여주면 중국 등 현재 전 세계를 떠돌고 있는 많은 탈북자를 구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몽골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탈북했다는 박 씨는 "탈북 당시 얼굴에 동상을 당하는데 그쳤지만, 이 루트를 통해 탈북한 사람들 가운데는 동상 때문에 다리를 잃기도 했으며, 일부는 죽기도 했다"고 증언하는 등 이들은 탈북 당시 경험과 북한 생활 등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글 직원 20여명은 증언이 끝난 후 중국이 현재 북한 탈북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점과 관련해 백 씨가 탈북에 성공한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상황, 탈북 실패 후 북송돼 받는 처벌, 탈북 결심 동기 등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또 북한 주민들의 북한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여전한지와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연락할 수 있는지,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등 각종 질문을 쏟아내면서 애초 예정된 강연시간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날 증언에 참석한 구글 직원 케이시 로더무어(28.구글맵 사업부 엔지니어) 씨는 "고등학교 때 북한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산 독재국가라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게 됐다"며 "엔지니어로서 인권차원에서 북한 IT 분야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한국계 구글 직원 백지은 씨는 "하버드 대학에 다닐 때부터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아 관련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면서 "최근 몇 년 새 구글 본사에서 비공식적으로 북한 인권과 관련된 행사를 6차례 이상 가졌으며, 기회가 되는 대로 구글 동료직원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행사를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 탈북 대학생들은 이날 오후 스탠퍼드대에서도 학생들과 인근 동포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인권과 북한의 실상 등에 대해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