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州)의 토머스제퍼슨(TJ) 과학고교는 미국 내 최고의 공립학교로 꼽히는 영재학교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곳에서 특허법 개정안에 서명했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교육ㆍ과학분야 장관급 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았을 때도 이 학교를 방문했을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천재들의 학교'로 유명한 TJ과학고에 또다른 화젯거리가 있다면서 흑인학생연합(Black Student Union)의 백인 회장 마이클 워튼도프(17)군을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흑인학생단체를 백인 학생이 이끈다는 사실을 놓고 이 학교 학생들의 인종별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1천800명 가운데 아시아계가 906명으로 가장 많고 백인도 787명에 달하지만 히스패닉계와 흑인 학생은 각각 42명과 34명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정작 학교 내에서는 인종을 초월하는 학생들의 인식이 이런 일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워튼도프군은 "학생들은 회장 선거를 할 때 인종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내 아이디어를 높이 샀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장 선거에서 소수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인근 페어팩스시의 초등학생들을 위한 `멘토(지도) 프로그램'을 제안해 당선됐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 활동에 참여해 동료 학생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흑인학생연합의 하워드 스몰(17)군은 "흑인이 아닌 회원도 일부 있지만 회장이 백인이라는 것은 이상했고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면서 "그렇지만 그는 회장으로서 뛰어났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버지니아대 등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은 워튼도프군이 흑인학생연합에 가입하게 된 것은 이 단체가 주최한 장기자랑 대회에 참가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이 학교의 `인종 불균형' 문제를 알게 됐고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이 단체의 흑인 학생들은 워튼도프 회장이 흑인의 아픔을 완벽하게 공감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 피살 사건에 대해 워튼도프 회장을 비롯한 단체 회원들과 함께 토론을 벌인 흑인 학생 마커스 프레이트(17)군은 "워튼도프는 회장으로서 훌륭하다"면서 "그러나 그는 (흑인인) 내가 트레이번과 같은 비극을 당했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