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경찰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고교생으로 위장해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영화 '21 점프 스트릿'의 설정이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29일 ABC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엑시터 경찰서 알렉스 살리나스(22) 경관은 8개월 동안 엑시터 유니언 고등학교에서 학생으로 위장해 재학하면서 마약을 판매한 조직원 13명을 체포하는 공을 세웠다.
지난해 8월 경찰에 임용된 새내기였던 살리나스는 어려보이는 얼굴 탓에 마약단속반이 계획한 고등학교 잠입 작전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조니 라미레스'라는 가명으로 다른 학교에서 전학온 것처럼 꾸며 엑시터 유니언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살리나스의 정체는 교장과 교감, 상담 교사 등 3명만 알고 있었다. 영화 '21 점프 스트릿'에서도 경찰관 2명이 범죄 조직을 수사하기 위해 고교생으로 위장해 학교를 다닌다.
하지만 작전을 기획하고 지휘한 클리프 부시 경찰서장은 "영화를 따라 한 건 아니다"면서 "작전을 시작한 지 하루나 이틀 뒤에 영화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고 예고편을 봤다"고 털어놓았다.
학생들에게 완벽하게 정체를 숨길 수 있었지만 살리나스의 임무 수행은 순탄치 않았다. 매일 학교가 끝난 뒤 경찰서로 출근해 보고서를 쓰고 숙제도 해야 했다. 특히 처음에는 학업 성적이 너무 뛰어난데다 행동거지도 반듯했던 게 문제였다. 착한 우등생인 줄 알고 마약 조직이 접근을 않았던 것이다.
시험을 망치고 숙제를 제대로 않으면서 '껄렁한 학생'으로 변신하자 비로소 마약 판매 조직원들이 다가와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사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마약을 사들이며 조직원들을 일일이 파악한 살리나스는 드디어 D데이를 잡아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학교 내 마약 판매 조직원을 한꺼번에 검거했다.
살리나스는 "같은 학생인 줄 알고 있다가 내가 경찰 유니폼을 입고 가서 손목에 수갑을 채우자 그 친구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시 서장은 "하필이면 작전을 게시했을 때 영화 '21 점프 스트릿'이 개봉돼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