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한국 경찰관 출신인 50대 재미 동포가 이웃 가게에서 귀금속을 털어 달아나던 무장 강도를 쫓다 총에 맞아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졌다. 28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26일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카운티 빅터빌의 상가에서 이인호(58)씨가 흑인 강도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상가에서 공구상을 운영하는 이 씨는 가게 맞은 편 보석상에 침입한 강도 4명이 유리창을 깨고 귀금속을 훔쳐 달아나는 모습을 목격하고 강도를 추격했다. 이 씨가 발을 헛디뎌 쓰러진 강도 한 명을 붙잡으려는 순간 다른 강도 한 명이 되돌아와 이 씨를 향해 권총 3발을 발사했다.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만에 숨졌다.
지난 2007년 미국으로 이민온 이 씨는 한국에서 경찰관으로 17년 동안 재직하며 파출소장까지 지낸 경찰 간부 출신이다.
이 씨는 강도를 추격할 때 방탄복 대용으로 가게에 있던 담요를 몸에 두르고 뛰쳐 나가 강도들이 권총으로 무장한 사실을 알고도 추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부인 이경란(50)씨는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나서서 도와주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협심이 강한 성격이었다"면서 "이웃 가게가 강도를 당한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를 살해한 강도 일당은 차를 몰고 달아났다가 현장에서 160㎞ 가량 떨어진 로스앤젤레스 남부 컴튼에서 2명이 붙잡혔다. 경찰은 나머지 2명을 추적 중이다.
샌버나디노 경찰은 무장 강도에 맞선 용기있는 시민이라면서 이 씨의 사망에 대한 애도의 뜻을 유족과 총영사관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