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 AP=연합뉴스) 10여년전 전(前)남편으로부터 염산 테러 공격을 받고 수 십 차례의 수술을 받아 온 피해여성이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올해로 33살을 맞은 파크라 요누스는 로마에 머물며 치료를 받아오다 17일 6층 건물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요누스가 25일 모국 파키스탄에 시신으로 돌아오자 10여년전 사건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지난달 파키스탄 영화감독이 염산 테러 희생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도 한 몫했다. 요누스의 이야기는 파키스탄 여성의 비참한 처지와 파키스탄에서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형벌을 면하는지 잘 보여준다. 파키스탄 정치인 가문의 자제였던 전남편 빌랄 카르는 결국 무죄로 석방됐다.
여성인권단체인 아우라트 재단에 따르면, 2011년 8천500건 이상의 염산 테러 공격이 파키스탄에서 자행됐다. 이 통계가 언론 보도에 의존해 작성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수치는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재단에서 활동하는 나야르 샤바나 키야니는 "파키스탄은 요누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요누스는 자신을 위한 정의가 없다는 생각에 깊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10대의 나이에 홍등가에서 댄서로 일하던 요누스는 전남편 카르와 결혼해 3년 정도 함께 살았으나,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친정으로 옮겨갔다. 요누스에 따르면, 그가 친정집에서 자고 있을 때 남편이 갑자기 찾아와 염산을 부었다고 한다.
빌랄 카르의 전부인이었던 테미나 두라니는 이 사건에 국제적인 관심을 이끌며 요누스의 지지자가 됐다. 두라니는 지금껏 자신이 봤던 염산 테러 중에 요누스의 경우가 가장 심각한 사례였다고 주장했다.
두라니는 "요누스의 코가 녹아 내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기 때문에 혹시 자다가 죽어버리면 어쩌나 노심초사한 날이 많았다"며 "우리는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입에 빨대를 꽂아두곤 했다"고 묘사했다. 두라니는 가족의 주 수입원이었던 요누스가 사고 이후 집안의 빚더미가 되면서 경제적 어려움도 컸다고 전했다.
빌랄 카르는 요누스의 자살 이후 TV인터뷰에 나와 염산 공격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자신과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카르는 또 요누스가 자살한 것은 끔찍한 부상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하며, 언론이 자신을 이 일과 연결지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염산 공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유죄 선고를 받은 테러범은 최소 14년형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새 법을 제정했다. 두라니는 "요누스는 '내가 돌아가면 재판을 다시 열고 스스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런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