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불경기다. 건축을 계획하던 교회는 잠시 중단하고 건축을 하던 교회는 한숨을 쉬고 건축이 완료된 교회는 가슴이 답답한 그런 시기다. 그런데 남가주동신교회는 불경기와 함께 건축을 계획해, 건축하다가, 불경기 중에 건축을 완료했다. 성인 1천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미국인교회를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최근 이 절차가 모두 완료됐다.


담임 손병렬 목사는 “우리는 기도했고 하나님은 일하셨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뜻이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우리 교회 자랑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거듭 부탁하며 “우리 교회의 사례가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교회들에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손병렬 목사. 어떤 면에서 원리원칙주의자다. 요즘 유행하는 ‘꼼수’라는 것 없이 우직하게 목회하는 목회자다. 목회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대로 정면돌파해서 승부내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것이야말로 신앙의 기본 원칙이자 목회자가 성도들을 양육함에 있어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단어란 것이다. 이번 성전 건축에 있어서도 그는 다른 어떤 것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 일에 주목했다. “더 큰 건물이 갖고 싶다”가 아니라 “이런 일을 감당하겠다”라는 비전을 세웠다. 건축이 완료된 후에도 “이제 끝났다”가 아니라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라고 겸허히 물러섰다.


손 목사는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으로 유학해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나성영락교회 부목사를 거쳐 2004년 남가주동신교회 담임으로 부임해 오늘까지 목회해 오고 있다.


-남가주동신교회가 이전을 앞두고 있지요?

현 위치에서 3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미국인교회인 이스트사이드크리스천교회 건물을 우리가 구매하게 됐습니다. 그 미국인교회는 새 성전으로 이전하고자 현 성전을 부동산에 내어 놓았지만 이 불경기에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은 허물고 아파트를 짓게 될 처지였습니다. 우리는 지역을 대표하던 45년된 이 교회가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는데 그런 우리의 마음에 하나님께서 비전을 주신 것입니다.


당시 우리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고 경기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라면 한번 해 보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순종했는데 결국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갖고 있느냐?” 우리는 “우리에겐 비전과 믿음이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들이 지켜 온 교회를 우리 한인교회가 이어가겠다. 지역사회에 교회를 오픈하고 백인이든, 흑인이든, 라티노이든, 함께 어우러지는 교회로서 지역사회를 복음화하고 섬기겠다”고 비전을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3500만불이나 되던 그 건물을 1650만불에 구매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부담이 우리에겐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비전은 분명하고도 계획적이기에 저는 매주 여호수아서를 강해하며 온 성도와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여호수아서 1장부터 24장까지 말씀을 들으며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느끼면서 온 교회가 한걸음씩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건물 구매가 확정되고 대출도 확정되고 모든 계획들이 착착 맞아 들어갔습니다.


여호수아 강해를 마치는 그날 세리토스의 한 중국인교회가 우리의 현 성전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불경기에 미국인교회를 구매하게 된 것도 기적이고 동일하게 이 불경기에 중국인교회가 우리 교회를 구매하게 된 것도 기적입니다.


그 중국인교회는 약 700여명의 성도가 출성하는, 비전과 소명감이 넘치는 중형급 교회입니다. 그런데 그 교회 지도자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우리가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더니 너무도 놀라면서 건물을 구매하고 싶다고 나왔습니다.

-불경기를 겪으면서 이 비전을 두고 교회의 흔들림은 없었습니까?

우리 교회는 창립 후 14년간 놀웍에 있다가 1991년 이곳에 와서 20년이 딱 차니까 새 성전으로 이전하게 됐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고 인도하심입니다. 우리에겐 두려움도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두려움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입니다. 여호수아가 가나안에 들어갈 때 하나님은 그 땅의 정치, 경제, 군사적 상황에 관해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이스라엘과 당신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을 믿고 그 분 앞에 순종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도 그러합니다. 요즘 교회의 관심은 너무도 밖에만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렵다 하고 죽겠다고 하면서 상황에 얽매이곤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기가 죽어서 영향력이 날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묻습니다. “전에는 안 힘드셨습니까? 어차피 어려운 게 인생 아닙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바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부흥이고 영적 회복인 것입니다. 관계가 바로 서면 새 역사가 열립니다.


세상이 더 커 보이니 기죽고 염려합니다.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선포하고 믿음으로 고백하면 역사가 일어납니다. 이민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리 힘들다 해도 그때보다는 더 잘 살고 더 잘 법니다. 그런데 왜 걱정하고 있습니까?

-요즘 건축에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교회가 많은데 동신교회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우리 교회가 다른 이민교회들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렇게 건축을 하게 된 것은 우리의 능력이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을 붙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목회자들이 회복되고 성도들이 하나님을 향한 열망을 갖고 있다면 숫자에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교회를 책임지신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기도했고 하나님은 일하셨습니다. 이번 건축과 관련된 저의 간증은 오로지 이것 뿐입니다.

-대체로 미국인교회들이 쇠락해 가는 추세를 따라서 이젠 한인교회도 쇠락해 가고 있다는 비판들이 높습니다.


저는 생각의 차이라고 봅니다. 쇠락한다 하면 쇠락하고 부흥한다 하면 부흥합니다. 이스라엘도 가나안 땅에 가기 전, 죽겠다 원망하고 불평한 자들은 다 그 땅에 가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나님 앞에 용기를 얻어야 합니다. 바른 길을 가면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 주십니다.


모든 이민교회가 경쟁을 지양하고 서로 윈윈하며 성장하는 비결은 바로 하나님과의 거룩한 동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간에 비교하거나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거룩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합니다.


미국에 경제적 불황이 오면 하나님은 늘 부흥을 일으키셨습니다. 이번 어려움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영적 분별력을 갖고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야 합니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주님께 우리가 다 순종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사용하실 것이고 그렇게 사용되는 교회가 늘어날수록, 그것이 큰 교회건 작은 교회건 그들을 통해 이민사회가 건강해 질 것이라 믿습니다.

-언제쯤 이전하시게 됩니까?

미국인교회가 새 성전으로 이전하는 9월쯤 우리가 그 교회로 가고, 중국인교회 역시 그 즈음 우리 교회로 들어 옵니다.

-이전하시면 기대하시는 바도 클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이번 건축과 관련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를 다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이것은 영적인 부흥입니다.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것입니다. 느헤미야가 성벽을 건축한 후 하나님께서는 에스라를 사용해서 모든 백성에게 말씀을 들려 주시고 영적인 회복을 선포하십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성전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한 영혼이 하나님 앞에 나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는 거룩한 부흥을 부르심 앞에 은혜로 서서 이루고자 합니다.


그리고 외적으로 볼 때, 이 성전을 우리가 구매하고 건축하게 된 것은 우리만의 부흥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온 열방을 향한 선교의 비전을 갖고 온 민족을 위해 더 뜨겁게 기도하는 교회가 되라고 이 성전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역사회와 한인사회, 교계에 우리 교회가 더 큰 역할을 하라고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좋은 친구가 되는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역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커뮤니티에 복음과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 위기를 겪는 이 사회 속에 영적인 리더를 양육하는 일도 중요한 비전입니다. 동성애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는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더 영적 리더십과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며 교회들이 관심을 갖고 이들을 양육해야 합니다. 대사회적 섬김, 세계선교, 지도자 양육이 우리 교회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풀러튼 지역이 잘 되어야 우리 교회도 잘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20년간 있으면서 이 동네 사람들이 모두 우리 교회를 좋아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이전한다고 하자 몹시 섭섭해 하면서 우리를 붙잡을 정도였습니다. 커뮤니티 차원에서 교회의 중요한 행사 때 그들을 초대해 함께 했고, 지역의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친구가 되는 교회가 되고자 노력한 것이죠.


또 미국사회든, 한인사회든 무슨 장소가 필요하다고 하면 전액 무료로 교회를 빌려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 교회가 열려 있습니다. 교회 스케줄과 중복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걱정을 안 끼치는 교회, 주민들에게 보탬이 되는 교회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처럼 이전 후에도 이 사역들을 더욱 잘 감당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세계선교에 있어서도 현재는 재정의 30% 정도를 세계선교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40%까지 확대해서 복음을 전하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하나님이 더 큰 교회를 주시는 이유는 우리만 잘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남을 섬기라고 하시는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북한 선교에 관심을 갖고 북한 어린이들을 구제하는 일에 나서고자 합니다. 우리의 동포를 돕는 일에 교회가 인색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동신교회에 부임하신지 10년 가까이 되셨습니다. 교회 자랑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한때 1명 권사님 앞에서 설교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열심히 설교하고 있는데 그 권사님이 펑펑 우셨습니다. 저는 설교에 은혜를 받으셔서 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가 불쌍해서 우는 것이었습니다. 촉망되는 젊은 목사가 어떻게 한 사람을 놓고 설교하는지 그게 불쌍해서 울었다 합니다. 그러나 그때 하나님께서는 제 마음에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다른 교회와 비교할 이유도 없고 사이즈에 연연할 이유도 없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맡겨 주시는 이들을 잘 목양하면 됩니다.


이후 하나님께서 저를 이 동신교회에 보내셔서 올해로 9년째입니다. 왜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우리 교회는 깊은 전통과 신앙을 가진 교회입니다. 그리고 제가 부임한 후 9년만에 찬양과 말씀, 기도가 살아있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통성기도나 설교 중 ‘아멘’, 찬양에 기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교회였습니다. 교회가 이렇게 변화되는 데에 참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서두르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교인들을 품었습니다. 교인들이 마음을 열어 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그 어떤 것보다 귀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모두 손을 들고 뜨겁게 찬양하는 교회가 됐습니다. 토요일 새벽기도회에 수백명이 모이고 80대 어른들도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교회가 됐습니다. 3부 주일 예배 가운데 1부, 3부는 전통 예배라서 제가 목사 가운을 입고 전통적으로 예배를 집례합니다. 그러나 2부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예배라서 제가 젊은 세대에 맞게 예배를 인도합니다. 그런데 이 예배에 어르신들이 꽤 많이 오십니다. “왜 여기로 오시냐”고 물었더니 “젊은이들과 한 목소리로 찬양하고 예배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는 것입니다. 찬양에 신선함이 있고 은혜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는 전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교회입니다.


또 우리 교회는 예배에 목숨을 거는 교회입니다. 예배를 한번 드려도 설교자와 찬양 인도자가 미리 모여서 설교와 찬양을 한 맥락으로 디자인합니다. 잘 짜여져 군더더기가 없는 예배, 다양한 문화적 컨텐츠가 있는, 감동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교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덧붙이신다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에 감사드리고 성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인데 이 부족한 종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전 이전이 결정되기까지 1년 4개월동안 온 교인들이 하나되어서 매일 새벽마다 기도하고 부르짖었습니다. 그 덕에 이렇게 아름다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 교회는 된장국 같은 교회입니다. 먹을수록 뒷맛이 좋은 그런 구수한 교회입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한번도 분열이나 갈등을 겪지 않고 사랑이 넘치는 교회로 존재해 왔습니다. 보통 성전을 지을 때 교회에 갈등이 많이 생기는 법인데 하나되어 뜻을 모아 주신 당회원과 장로님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