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21세기에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북한의 14호 개천수용소에서 태어나 지난 2005년 24세의 나이로 탈북한 신동혁씨의 `비극'을 소개하며 이같이 반문했다.
WP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위협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겠지만 신씨의 사례와 같은 북한 인권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P의 동아시아 특파원을 지낸 블레인 하든이 곧 발간할 저서 `제14 수용소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Camp 14)'에서 구타와 굶주림, 노동 속에서 자라나 사랑과 신뢰, 믿음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던 신씨의 성장기를 묘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용소에서 태어나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격리돼 자라난 신씨는 "6살때 친구가 옥수수를 훔치다 발각돼 교사에게 맞아 죽는 것을 목격하고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이 책에서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을 탈출한 뒤 7년이 지나서도 "나는 몸은 탈출했지만 정신은 탈출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고 하든 전 특파원은 전했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발간을 앞두고 있는 저서에서 "북한에서는 학교에서 `우리는 미국인을 죽였다' `우리는 미국인을 죽이고 있다' `우리는 미국인을 죽일 것이다'는 말로 문법을 배운다"고 소개했다.
차 교수는 "차기 미국 대통령임기 내에 북한에서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남북통일의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현대사 최악의 인권 재앙이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하든 전 특파원과 차 교수의 저서가 지적하듯 북한의 인권문제는 철저히 은폐돼 있는 게 아니라 이미 공개돼 있지만 사람들이 보기를 원하지 않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자유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통일비용뿐만 아니라 동족의 이질감 때문에 북한의 붕괴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