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지난달 비무장한 10대 흑인이 히스패닉계 자경단원에게 피살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다시 촉발된 가운데 24일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한 흑인 단체는 이 흑인 청소년을 살해한 사람에게 1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이날 워싱턴 DC와 시카고, 템파, 그리고 내슈빌에서 수천명의 항의 시민들이 트레이번 마틴(17)군이 살해될 당시 입고 있던 것과 같은 검은색 땀복 '후디(hoodie)'를 입고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를 연호하며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 DC에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결집한 2천명 가량이 시청 계단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아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블레스 데이비스 씨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데서도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들과 우리가 이룬 많은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완전히 거기(인종차별 철폐)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이 나라에서는 여전히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살해될 수 있다"고 성토했다.
흑인 분리주의 단체인 '신 흑표범당(NBPP)'은 자체 웹사이트에 1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마틴 군을 살해한 조지 짐머만(28)을 수배하는 전단을 올렸다. NBPP의 당수인 미하일 무하마드는 현지 신문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우리는 특정인을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활동가들이 흑인 5천명을 동원해 짐머만을 잡자고 촉구해왔다면서 NBPP가 이를 위해 흑인 연예인들과 운동선수들로부터 기부금을 접수하고 있으며 다음 주까지 100만달러를 모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6일 올랜도주 샌퍼드의 한 편의점에서 과자를 산 뒤 집으로 돌아가던 마틴 군이 히스패닉계 자경단장인 짐머만에게 살해됐지만 정작 짐머만은 아직 기소도 되지 않고 있는 데서 시작됐다.
짐머만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샌퍼드 경찰 역시 초동수사 결과 그를 체포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 "내게도 아들이 있었다면 트레이번처럼 됐을 것"이라며 이 사건을 강력히 비난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대배심은 다음달 10일 짐머만을 살인죄로 기소할 지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