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치매의 비밀을 풀어낼 단서를 국내 연구진이 발견해 후속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포스텍(POSTECH) 이남기 교수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신연균 교수(KIST 겸임연구원)이 공동 연구로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어떤 경로를 거쳐 전달되는지 단계별로 정확히 측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우리 뇌가 기억과 인지, 운동, 기분조절 등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뇌신경세포 간의 교감이 필요하다. 이들의 소통은 세로토닌·도파민·엔도르핀·옥시토신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이뤄진다.
지금까지는 이런 신경전달물질이 뇌신경세포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공동 연구팀은 레이저를 이용한 현미경으로 단일분자를 관측하는 방법으로 이 과정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신경전달물질은 지방으로 이뤄진 동그란 주머니 안에 들어있다. 이를 소낭(vesicle)이라고 한다. 신경소낭 안에는 신경전달물질 뿐 아니라 시냅토태그민(Synaptotagmin)이란 단백질이 들어있다.
이 시냅토태그민은 신경소낭이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연결되는 시냅스로 가게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시탭토태그민 단백질은 특히 'PIP2'라는 지방 성분과 결합력이 좋다.
이남기 교수는 "관측 결과, PIP2는 소낭이 꼭 필요한 자리에만 분포해있었다"며 "PIP2가 없으면 소낭이 시냅스 끝 부분에 잘 안 붙어 신호전달이 1천배쯤 느려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0.1초면 움직일 근육이 10초 뒤에야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소낭이 시냅스에서 PIP2와 만나면 'SNARE'라는 단백질이 분비돼 소낭을 터뜨리고 그 안에 있던 신경전달물질이 그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뇌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 전달 과정이 명확히 밝혀지면서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는 치매 등 뇌질환의 발병 원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특정 단백질이 신경전달 과정을 방해해 치매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치매의 발병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분자생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유럽과학지(EMPO Journal)' 온라인판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