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첩보요원인 남편은 비밀작전을 수행하려고 나와 딸을 이용했어요.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외국인 몇 명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부인이 제기한 이혼소송 서류가 공개되면서 항상 비밀을 지켜야 하는 첩보요원이 결혼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드러나 화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CIA 요원이라는 남편의 직업이 5년간의 결혼생활을 망가뜨렸다는 버지니아 주(州) 거주 30대 여성 A씨의 이혼소송 서류를 입수, A씨가 이혼에 이르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CIA 작전요원들의 이혼율은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관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법원 또한 이혼 서류 대부분을 비공개 처리한다. A씨와 남편은 지난 2005년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여행, 외국어 배우기,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을 국무부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편의 인상은 평범했다. A씨는 "이런 인상에 요원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남편은 결국 2006년 CIA 요원임을 밝히지만, 이들은 그해 말 결혼에 골인했다.
A씨는 남편과 결혼식을 치른 날부터 "결혼은 순전히 작전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며 업무 관련 질문을 할 때마다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 더는 물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편은 "당신이 내 커리어를 망가뜨릴 수 없도록 하겠다"며 A씨를 위협했다.
이용당하고 있다는 A씨의 의심은 남편이 CIA의 정보원 후보인 한 남성을 관찰할 수 있도록 와인농장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한 이후 점점 커졌다. 부부와 갓 태어난 딸은 와인농장의 벤치에 앉아 놀러 온 가족 행세를 했지만 눈으로는 계속 정보원의 행동을 주시했다.
정보원을 유인하거나 신분을 숨기는 과정에서 요원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은 CIA의 오랜 관행이라고 한 전직 요원은 말했다. 그러나 A씨는 "단 한 번도 안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며 "남편의 업무 때문에 사람들과 친해지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프레스턴 골슨 CIA 대변인은 많은 CIA 요원들이 몇십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면서도 "위험요소가 높은 직업 특성이 결혼생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골슨 대변인은 특히 전쟁이 난 지역에서 활동하는 요원과 가족에게는 '가족자문위원회'와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 치료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요원의 배우자에게 CIA 업무에 대해 보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워싱턴의 결혼상담사 엘리자베스 슬론은 자신에게 상담받은 CIA 요원 부인의 대부분이 배우자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지 못했으며, 이 사실이 관계를 망가뜨렸다고 설명했다.
A씨의 남편은 2009년 술을 마시고 A씨를 구타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으며 부부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판사는 연간 1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A씨 남편에게 매달 이혼수당 2천달러와 양육비 640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