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연합뉴스) "함양 안의에서 태어나 자랐다. 모은 돈을 의미있는 곳에 쓰고 싶다" 고향인 경남 함양군 안의면 하원리 하비마을에 살면서 염소를 키우는 정갑연(79) 할머니는 2일 안의면의 유일한 고등학교인 안의고 입학식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로부터 뜨거운 감사인사를 받았다.


정 할머니는 지난달 안의고 장학회인 '금호장학회'에 염소를 팔아 모은 1억원을 선뜻 내놨다. 객지생활을 하다 1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염소를 키우고 밭농사를 하던 정 할머니는 지난해 연말 최용배 안의면장을 만났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제 저 세상으로 가야 하는데 자식도 없다. 뜻이 있는 곳에 사용하고 싶다"며 "염소를 팔아 한푼 두푼 모은 1억원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면장은 "고향에 있는 안의고가 명문학교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장학금으로 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상권 안의고 교장은 할머니를 학교로 초청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 했으나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나 입학식이 열린 이날 김 교장이 직접 하비마을을 찾아가 정 할머니를 학교로 모시는데 성공했다. 김 교장은 "할머니께서 기증한 1억원을, 안의고를 농촌 명문학교로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할머니의 뜻에 따라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정 할머니는 밭에서 직접 기른 야채와 된장 등으로 하루 3끼를 해결하고 옷도 3~4벌 밖에 없는 등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1억원을 모았다. 염소를 키우면서 매년 10여마리씩 장에 내다 팔면서 수백여만원씩을 모았다. 지금도 산기슭 움막에서 염소 30마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살고 있는 집에서 불이나 10평 남짓한 주택을 태웠지만 주변 도움을 받지 않고 집을 수리해 살고 있다. 김 교장은 "할머니께 '어떻게 돈을 모으셨냐'고 물어보니 '감기에 걸려도 병원 안가고 (옷을) 사지 않았다'고 말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안의고는 '정갑연 장학금'을 제정해 매년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5명 정도를 뽑아 1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인 안의고에는 1~3학년 남녀 173명이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