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까지 치솟게 될까? 뉴욕타임스(NYT)는 이란과 시리아 사태가 해소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중국 등 주요 경제국의 석유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고 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은 이미 겨울철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AAA 데일리 퓨얼게이지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평균 3.73달러를 기록 중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평균 4.32달러까지 올랐다. 통상 휘발유 가격은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갤런당 20센트 정도 오른다.


또 이란 핵시설을 둘러싼 긴장이 더욱 고조되면 50센트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략에너지경제연구소(SEER)의 마이클 린치 소장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조선에 테러를 가하는 등의 무리한 행보에 나설 경우 20∼25%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오너 드라이버들은 한달에 보통 60갤런의 휘발유(레귤러)를 소비한다. 갤런당 50센트가 오르면 한달에 30달러의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유럽은 물론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유가가 계속 올라가면 유럽의 재정위기 탈출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오바마의 경우 휘발유 가격 상승을 비롯한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이미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9일 의회 청문회에서 고유가 현상이 일시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핵문제를 둘러싼 이란과 서방권의 대치가 시작된 이래 유가는 20% 정도 상승했다. 2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7.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8년 같은 날과 비교하면 배럴당 4달러 높은 것이다. 그해 7월 유가는 배럴당 145.29달러, 휘발유는 갤런당 4.11달러까지 올랐다. 지금의 환율로는 각각 150.87달러와 4.27달러로 환산된다.


2008년 말에는 금융위기와 함께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유가가 다시 내렸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4년 전과 같은 가파른 상승세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속적인 고유가는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닐 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충 환산해도 갤런당 1페니 상승이 1년간 지속되면 구매력은 10억달러 이상 줄어든다"며 "1달러로 치면 1천억달러인데 이는 사회보장세 감면액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