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27)씨의 병역비리 의혹이 22일 마침내 막을 내렸다. 지난달 5일 일부 언론이 주신씨의 병역 회의 의혹을 제기하고 며칠뒤 강용석 의원이 의혹 제기를 본격화한 이후 근 50일만이다.


주신씨는 이날 오후 세브란스병원에서 MRI(자가공명영상진단)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재촬영, 작년말 병무청에 제출했던 MRI가 본인의 것임을 확인함으로써 자신에게 쏠린 병역 의혹을 해소했다.


◇병역 의혹 제기에서 마무리까지 =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8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주신씨는 작년 8월 공군으로 입대했다가 나흘만에 허벅지 통증을 이유로 귀가했다. 이어 12월 27일 주신씨는 재검을 통해 4급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받았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은 병역 회피 의혹을 제기했고, 강용석(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8일 자신의 블로그에 박씨의 병역비리를 공식적으로 주장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강 의원은 지속적으로 병무청에 박씨의 MRI 필름을 요구하고, 주신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의 병역비리 기소 전력을 폭로하는 등 의혹 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강 의원은 이후 허리 디스크인 주신씨가 뛰어다니는 등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보하면 현상금을 주겠다며 액수를 점점 높이겠다는 발언과 공개신체검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 등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강 의원은 이달 5일 감사원에 병무청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고 이어 의원직까지 걸며 주신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가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면서 병무청과 감사원까지 자료 공개와 감사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각계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강 의원은 14일 내부고발자로부터 입수했다며 MRI를 공개, 의사 등 전문가들까지 MRI의 진위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자 주신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모든 병역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공개신검을 요구, 주신씨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서울시청 기자단 입회하에 MRI를 다시 촬영했다. 의료진은 판독 결과 병무청이 보유한 자료는 주신씨 본인의 것이 맞다고 발표했다.


강 의원은 약속대로 의원직을 즉각 사퇴했지만, 박 시장측은 허위 사실 유포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박 시장측 '조기 진화'에 소극적 대응 = 박 시장 측이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도 결과적으로 의혹이 크게 확산되게 놔둔 셈이 됐다.


박 시장측은 1월 초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만 정정보도를 신청했을 뿐 강 의원의 의혹 제기 이후에도 한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의원이 계속 수위를 높여가며 의혹을 제기하고 아들의 사진과 동영상 제보자에게 현상금까지 걸었지만 박 시장측의 대응은 거의 없었다.


박 시장은 1월29일 트위터에 "현 정부 하의 병무청이 박원순 병역비리를 용인했다고 믿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아들 병역비리 의혹 제기가 너무 잔인하다"는 입장 정도만 밝혔다.


그러다 강 의원이 내부 고발자로부터 입수했다며 지난 14일 MRI를 공개하면서 의혹이 최고조에 이르자 정면 돌파를 시도, 20일 병무청에 개인정보공개 동의를 하고 22일 재검진을 받아 의혹을 일순간에 해소했다.


◇침묵으로 의혹 키운 병무청 = 의혹이 확산된 데에는 병무청의 소극적인 대처도 한 몫했다. 병역처분 기관으로서 초기에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기관이었지만 "본인 동의 없이는 개인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


박 씨의 MRI를 두고 의료진까지 논란에 가세했지만, 병무청은 "병역 판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박 씨에게 소명 책임을 넘겼다. 박 씨가 정보공개에 동의한 뒤에도 강 의원의 주장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병무청은 지난 21일 박 씨의 MRI를 직접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강 의원이 박 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는 "직접 나설 필요없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강 의원이 고발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지자 "감사원이나 검찰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확인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병무청의 관리 소홀 책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 씨에게 디스크 판정 진단서를 발급한 H 병원 의사 김 모 씨는 2000년 병역비리 징역 1년에 선고유예를 받은 바 있다. 현행법상 병역비리에 연루된 의사가 발급한 진단서는 병역판정 때 참조할 수 없지만, 병무청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결론과 상관없이 병무청은 공신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