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병역기피 의혹을 받아온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27) 씨의 22일 MRI(자기공명영상진단) 촬영과 공개는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신속히 진행됐다.


박씨가 전날 서울지방병무청을 방문해 자신의 신체검사 자료인 MRI와 CT 등 서류 일체의 열람과 사본 발급을 요청할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병무청이 10일 이내에 자료를 제공해야 하므로 박 시장측이 다음주께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의원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을 굽히지 않는 데다 언론 등을 통해 논란이 확산되자 박 시장 측은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이날 오전 중 '재촬영 방식의 재검'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박씨의 MRI 촬영 일정이 언론에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시점은 35분 전인 오후 1시25분께였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대변인실을 통해 아들의 MRI 촬영 현장에 일부 출입기자단 대표들의 참관을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께 촬영을 통한 사실상의 재검방식으로 의혹을 해소하자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들과 출입기자단 대표들이 오후 2시10분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합관에 있는 MRI 촬영실에 도착했을 때 박씨는 영상 촬영을 위한 가운을 입고 의자에서 엄상익 변호사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먼저 박씨의 키와 몸무게를 재고 나서 오후 2시15분부터 촬영을 했다.


MRI 촬영은 병원 및 시 관계자와 시 출입기자 대표 등 10여명이 배석한 가운데 45분간 조용하면서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의료진은 촬영을 마친 박씨를 상대로 2~3분간 육안으로 다리의 통증 체감 여부 등을 점검하고 "기침할 때 다리가 저리냐"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박씨가 세브란스 병원 본관 4층에서 MRI 검사를 받는 동안 병원 측은 환자용 출입문과 통로를 통제하는 등 철통보안을 유지했다.


신경외과 윤동흠 교수, 정형외과 이환모 교수, 영상의학과 김명준 교수 등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촬영이 진행되는 사이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자료와 박씨의 촬영본 등을 번갈아 보며 수차례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박씨는 40여분간 검사를 마친 뒤 오후 3시께 취재진을 피해 비상구를 통해 빠져나갔다. 회색 모자에 카키색 사파리 점퍼, 청바지를 입은 박씨는 시 관계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병원을 떠났다. 의료진은 약 1시간가량 박씨의 MRI 촬영 사진을 면밀히 검토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기자회견장은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병원 측은 박씨가 프로젝터를 통해 지난해 자생한방병원에서 촬영한 MRI 사진과 이날 세브란스 병원에서 찍은 MRI를 비교하며 "두 MRI 결과는 동일인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별도로 마련한 TV화면을 통해 박씨가 MRI실에 들어서 검사를 받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