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걸프전 참전용사인 션 듀발(45)은 지난해 6월 자신이 요리사로 일하던 미국 버지니아공대를 한밤중에 배회하다가 휴대전화기를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뒤 실업과 이혼에 이어 `홈리스'로 전락한 그는 가족들에게 전할 유서를 지닌 채 마지막으로 보훈처의 자살방지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당직 상담사는 `자살하겠다'는 듀발을 진정시킨 뒤 즉시 경찰에 연락해 그를 정신병원으로 옮기게 했고, 치료를 받은 듀발은 점차 상태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미담'으로 끝날 수 있었던 듀발의 사연은 병원에서 퇴원한 뒤 `비극'으로 되돌아갔다.


지난 2007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공대에서 자살을 위해 만든 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법무기 제조, 소지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특히 듀발을 기소한 티머시 히피 검사가 에릭 신세키 보훈부 장관의 사위이고,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 참전용사인 랜디 카킬이 국선변호인을 맡으면서 이 사연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아울러 듀발의 부친이 베트남전 참전 해병이었고 모친은 해군 장병이었으며, 조부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는 등 `군인 집안'이라는 점도 극적인 요소로 부각됐다.


카길은 "듀발이 목숨을 바쳐 지키려 한 나라가 그를 배반했다"면서 "그는 비밀이 보장돼야 하는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그를 기소하는 것은 정부가 신뢰를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그러나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무기를 소지하고 버지니아공대 캠퍼스를 돌아다녔다"면서 "참전용사라는 사실이 법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혼과 실직 등으로 좌절해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듀발은 정신과 치료를 받은 뒤 새로운 직장과 집을 얻었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고 WP가 21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