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여부를 판가름할 방법은 뭘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범죄학자인 에이드리언 레인 연구진은 피실험자에게 도덕적 딜레마 상황을 던져주고 뇌를 스캔하는 실험을 했다. 살인마의 눈을 피해 지하실로 몰래 숨어들었는데 옆에 있던 아기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면 아기를 질식시킬 것인지, 아니면 아기를 살리고 대신 희생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한 것.


사이코패스는 과연 아기의 목을 조른다는 답을 했을까. 영국의 정치 분석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이언 레슬리는 신간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에서 심리학과 생물학, 사회학 등 다양한 이론을 동원해 인간이 내뱉는 거짓말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인간이 아기 때부터 거짓말을 하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으며, 생존이나 사회 적응을 위해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병적인 거짓말쟁이 중에서도 치명적인 범죄자 후보로 꼽힌다. 레인 연구진의 실험 결과가 결정적 근거. 흔히 사이코패스는 아기를 질식시키겠다는 답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아기를 살리겠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아예 감정을 느끼는 뇌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아기를 희생시켜야 한다고 답할 때 감정의 불편함을 크게 느꼈지만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뇌 스캔 결과 전혀 감정의 동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만성 작화증(作話症) 환자도 병적 거짓말쟁이의 또 다른 사례로 꼽힌다. 일반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지만 이들 환자는 아예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인식한다는 것. 만성 작화증 환자들은 뇌의 전두엽이 손상돼 사회적 판단, 진실 분별 같은 자기검열 능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진짜 기억과 자신의 생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인간이 사용하는 거짓말의 종류, 표정으로 거짓말을 구분하는 방법, 거짓말을 받아들이는 문화적 차이 등이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자세하게 소개된다. 저자는 거짓말이 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정직해지려면 반대로 그만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을 추구하려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고 불가피하게 착각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