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에서 2월의 셋째주 월요일인 20일은 대통령의 날로 공휴일이다. 올해는 11월6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서인지 이날을 전후해 대선 얘기들이 주로 오가고 있다. 제44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냐 아니면 제45대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화제는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이다. 그는 오는 28일 경선이 치러지는 미시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동안 선두를 달려온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실시된 콜로라도와 미네소타주 코커스(당원대회), 미주리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등 '트리플 경선'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확실하게 '롬니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그의 행보에 미국 언론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시간은 롬니의 고향이자 과거 그의 부친이 주지사를 지낸 곳이다. 텃밭이나 다름없는 미시간에서 롬니가 패할 경우 공화당 경선판도는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롬니 진영은 샌토럼을 향해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다. 특히 그가 여성의 역할, 피임이나 동성애 등 소수자의 권리를 비롯한 사회적 이슈에서 지나치게 '강경한 발언'을 한 것들이 공격소재가 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상원의원 재선에 도전했다가 경쟁자인 민주당의 로버트 케이시 후보에게 18% 포인트 차로 패배한 샌토럼의 '아픈 과거'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는 공격인 셈이다.
롬니측의 반격이 주효했는지 가장 최근 미시간에서 실시된 `퍼블릭 폴리시 폴링(PPP)' 조사에서 샌토럼이 37%로 1위를 차지했지만 롬니도 33%로 격차를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19일 보도했다.
지난 15일 발표된 미시간 여론조사(미첼·로제타스톤)에서는 샌토럼의 지지율이 34%이고, 롬니가 25%로 조사됐다.
미시간과 함께 경선이 실시되는 애리조나주에서는 롬니가 안정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결국 롬니와 샌토럼간의 '미시간 혈투'는 공화당 경선판도의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0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지는 다음달 6일 '슈퍼화요일'까지 양 진영간의 피말리는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샌토럼 경계령'은 민주당에도 내려졌다.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진영은 샌토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그와 관련된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캠프는 최근 펜실베이니아 지지자들에게 샌토럼 전 의원에 대한 비판적인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샌토럼 전 의원도 지난 18일 "오바마 대통령의 어젠다가 성경에 기반하지 않고 거짓 논리에 기초해 있다"고 공격해 오바마 진영을 자극했다. 이에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로버트 기브스는 다음날 "우리 정치에서 신앙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고방식을 제거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미국 언론들은 양측의 신경전에 대해 "그동안 롬니를 본선경쟁자로 상정했던 오바마 진영이 샌토럼을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경선에서 뚜렷한 선두주자가 부각되지 못하고, 최근 미국 경제상황이 다소 호전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최근 언론의 관심에서 다소 벗어나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경우 고향인 조지아주는 물론 오클라호마주, 테네시주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3월의 반격'을 벼르고 있다. 또 롬니가 고향인 미시간에서 패배할 경우 후보자리를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