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AFP=연합뉴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고수하는 이란에도 부유층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서구권 풍습인 밸런타인 데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방문화 차단에 부심하는 보수적 이슬람 정권이 지난해 '밸런타인 데이 금지령'까지 내렸지만 올해도 이란 연인들은 이날을 기념했다.


이란에서 밸런타인 데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이유는 인구 7천500만명 중 60%가 30세 이하의 청년층이기 때문이다. 이란인 3명 중 1명은 15세~30세 사이다.


젊은이 중 다수는 미혼이지만 서양 젊은이들처럼 주점과 클럽에서 이성과 만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나마 밸런타인 데이는 '구애의 기회'로 용인되는 편이다.


이에 수도 테헤란의 상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장미꽃다발, 초콜릿, 향수, 테디베어 등의 판매로 밸런타인 데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테헤란의 건축학 전공 대학원생 엘미라(24)는 밸런타인데이를 즐기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중산층이나 상류층 출신이라며 "이날 선물을 주고받고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가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북부의 시아파 성지도시인 마슈하드에 거주하는 사바(18)는 "마슈하드에는 밸런타인 데이를 보낼만한 안전한 장소가 많지 않다"면서 레스토랑이나 공공장소에서 이란 종교경찰의 눈에 띄는 것보다 집에서 열리는 사적인 파티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여는 파티가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종교경찰은 주기적인 단속에 나서 술 마시고 춤추는 젊은이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이란 젊은이들은 밸런타인 데이에 대한 이란 당국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이란 정부는 밸런타인 데이와 관련된 어떤 카드와 선물도 팔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보수파는 당시 충실한 이슬람 국가에 뻔뻔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는 의식이 발붙일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이란 청년층의 혼인율이 급격히 떨어진 사실에 놀라며 서구 문화의 천박함이 스며든 것이 그 이유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바는 "서구 문화여서가 아니라 선물과 초콜릿을 받고 싶어서 밸런타인 데이를 챙긴다"며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