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돈이 없어 보행용 도로를 제때 고치지 못하는 미국 지방자치정부들이 장애인 단체의 거액 소송에 울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장애인 단체는 보행로 보수가 제대로 안 돼 장애인들이 쇼핑센터, 극장, 공원 등에 가기 어렵다며 캘리포니아 주정부, 로스앤젤레시 시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3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은 연방법으로 장애인들이 식당, 공원, 쇼핑센터, 극장 등 공공 편의 시설에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단체는 주정부와 시정부가 깨지고 갈라지는 등 못쓰게 된 보행로를 보수하지 않은 것은 이 연방법을 어긴 것이라면서 장애인들을 내세워 거액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1만7천300㎞에 이르는 보행로 가운데 42%가 망가진 상태라서 장애인이 낸 소송에 꼼짝없이 당할 판이다. 사정이 이렇자 주정부나 시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보행로 보수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으로 소송 취하를 이끌어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교통부는 주 정부 관할 보행도로 보수에 30년 동안 11억 달러를 쓰기로 장애인 단체와 합의했다. 주정부는 또 앞으로 30년 동안 해마다 교통 관련 예산의 20%를 보행로 진출입 시설 보수와 유지에 사용하겠다고 장애인 단체에 약속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정부도 20년 동안 8천500만 달러를 보행로 신설, 보수에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장애인 단체가 낸 소송을 취하하도록 했다.


장애인 개인이 낸 소송이라서 아직도 4건이나 합의를 보지 못해 보행로 보수비용은 끝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쪼들리는 지방 정부 재정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는 더 거세게 몰아붙일 태세다.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장애인 권리 센터' 소속 변호사 서리아 리버스는 "경기가 좋고 재정이 넉넉할 때도 지방 정부는 부서진 보행로에 신경도 안 썼다"면서 "돈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 단체와 시민 운동 단체도 장애인 단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시민 단체 '로스앤젤레스를 걷자'를 창립한 데보러 머피는 "자동차보다는 보행자에게 편리한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자라는 재정이 문제다. 로스앤젤레스 시 예산은 7천200만 달러가 부족한 실정이다. 시의원 버나드 파크스는 "문제는 돈이 없다는 사실"이라면서 "돈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