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길자연 대표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가 지난 제17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법원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금권선거 논란에 시달렸던 길 목사는 그 누명을 벗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재판장 신광렬)는 최귀수 목사(원고)가 한기총(피고)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무효확인’(2011가합18722) 소송에서 지난 20일, 길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인준결의 무효확인청구를 각하했다. 길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자격을 인정한 것이다.


본지가 28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판결이유에서 “(지난 제17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선관위 결정 및 실행위 결의는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면서 “(선관위 및 실행위 결정을) 전제로 이뤄진 (2011년 7월 7일 특별총회의 대표회장) 재인준결의는 유효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원고는 당초 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길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 자신의 소속 교단인 예장 합동측 총대들 및 한기총 실행위원 등에게 금품을 살포하는 불법선거운동을 저질렀다고 고발했다.


구체적으로 길 목사가 지난 2010년 9월 예장 합동 정기총회에서 자신을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뽑아달라며 약 50명의 총대들에게 각 100만원 씩의 돈봉투를 건넸다는 것이다. 또 길 목사가 한기총 선관위원들과 실행위원들에게도 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표회장 후보로 출마할 자격이 없는 길 목사를 후보로 인정한 한기총 선관위와 그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2010년 12월 21일) 실행위는 모두 무효라는 게 원고측의 논리다. 결국 길 목사가 금품살포라는 불법선거운동을 했는지가 이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던 셈이다.


먼저 길 목사가 합동측 총대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에 대해 법원은 ▲(길 목사가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증인들의) 증언 내용이 구체적이거나 명확하지 못한 점 ▲길 목사는 합동측 총회장을 역임한 자로 교단 총회에서 후보자로 선출되지 않더라도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자가 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길 목사의 금품살포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길 목사가 한기총 선관위원들과 실행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길 목사는 이에 대해 최근 “이제야 부정선거를 했다는 누명을 사법부를 통해 벗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임기 동안 목표했던 일들을 다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면서, 훌륭한 차기 대표회장을 선임해 본인이 그렇게도 원했던 한기총 개혁 단행을 마지막 할 일로 삼고자 한다”고 한 바 있다.


이 밖에 원고는 한기총 선관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길 목사의 선거관리규정 위반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그의 후보자격을 박탈하지 않은 것, 그리고 이후 열린 실행위에서 이 같은 사실을 총대들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선관위가 길 목사의 후보자격을 인정하기로 선관위원 9명 전원일치로 결정했다”며 ‘불법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확인된 후보자에 대해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결의로 후보자격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선거관리규정(제6조 제2항 나목)에 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선관위가 실행위에서 길 목사의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설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선관위 결의보고 내용을 문서로 하자는 실행위원들의 동의와 제청이 있었다”며 “실행위원 전원의 동의를 얻어 결의 내용을 문서로 대체한 점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은 이 소송 판결 주문에서 “2010년 12월 20일자 한기총 선관위의 길 목사에 대한 대표회장 후보인정 결정, 2010년 12월 21일자 실행위원회의 대표회장 선출결의, 2011년 1월 20일 한기총 정기총회의 대표회장 인준결의의 각 무효청구부분을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2011년 1월 20일 정기총회에서 임명된 임원 및 상임위원장 등은 무효라고 적시했다. 또 이후 2011년 3월 15일 임시총회에서 처리한 정관개정 및 신규 교단, 단체 가입 승인결의에 대해서도 무효라고 했다.


이와 관련, 법원은 “(정기총회에서) 심각한 소란이 일어난 관계로 의장이 더 이상 총회를 진행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의장 이광선 목사가 정회를 선포하고 회의를 중지한 것은 질서유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광선 목사의 유고를 전제로 속회된 정기총회에서 이뤄진 임원 등 인준결의는 …(중략)…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임시총회 결정을 무효화 한 것 역시 같은 취지였다.


법원이 이광선 목사의 정회 선포 후 속회된 정기총회 결정을 무효화 했음에도 당시 함께 인준된 길 목사의 대표회장 자격만은 인정한 것은, 2011년 7월 7일 특별총회에서 길 목사가 대표회장에 재인준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길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재인준결의가 유효한 이상, 그 전에 이뤄진 (정기총회) 인준결의의 무효확인청구는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해 권리보호의 요건을 결여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즉 7.7 특별총회에서 길 목사가 대표회장에 재인준됐으므로 그 이후 결정은 유효하나 그 전 결정은 모두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