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미국의 75세 이상 고령층 중 일을 하는 노인은 131만명에 달했다. 이는 2005년의 105만명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보스턴대학의 은퇴연구센터는 현재 미국의 75세 이상 최고령 중 7.3%가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비율은 10년 전의 5.3%보다 높은 것으로 1966년 이후 최고다.


미국의 노인들이 은퇴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계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노후에 대비해 투자했던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떨어졌고 줄어든 자산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일자리가 필요해진 것이다.


호놀룰루의 로즈 마리 미스(78)도 현재 다니는 직장을 3년 전에 그만둘 예정이었지만, 경기 침체 등에 따른 투자 실패로 퇴직 대비용 자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자 계속 일을 하기로 했다.


남은 퇴직 저축을 채권 등 수익률은 낮지만 안전 자산에 투자한 미스는 "연금이 나오지만, 집세 정도밖에 되지 않아 생활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늘어나자 하락세를 보이는 전체 실업률과 달리 노인 실업률은 대폭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75세 이상 인구의 실업률은 5.6%로 2006년 2.5%의 2배를 넘는다.


이에 비해 한때 9%를 넘었던 미국의 전체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8.5%로 내려가 3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시간주립대학의 스티븐 하이더 경제학 교수는 "75세 이상 최고령층의 실업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은 늘어나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고령층의 취업 수요 확대와 실업률 증가는 1946∼1964년에 태어난 미국 베이비붐 세대 7천700만명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안락한 노후를 즐기기보다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거나 일자리를 찾아야 할 확률이 커진 것이다.


미국 정부는 2018년 75세 이상 고령층 중 약 10%에 해당하는 200만명이 일을 하거나 구직을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