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성친구를 사귀는 미국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이메일을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 비밀번호를 서로 공유하는 현상이 번지고 있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청소년들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젊은 커플들 사이에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했다. 학교 로고가 찍혀있는 옷을 선물하거나 학급 반지, 아이디가 담긴 팔찌를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은 요즘은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기타 인터넷 계정의 비밀번호를 서로에게 알려주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이들은 아예 새 비밀번호를 만들어 공유하면서 상대방의 개인적인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기도 한다.


지난해 한 조사업체가 12~17세 청소년 77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한 결과 비밀번호를 동성친구나 이성친구와 공유한다는 응답이 30% 가량 됐다. 여성의 경우 공유비율이 남성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 또 이런 현상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학생들의 인터뷰 결과 나타났다.


젊은이들도 비밀번호 공유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너무 자세히 아는 것은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이 비밀번호 공유의 상징성을 더욱 높여준다고 주장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고교생 티파니 캐런당 양은 몇개월 전부터 남자친구와 이메일 및 페이스북의 비밀번호를 공유한다면서 "이는 신뢰의 표시로,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 것도 숨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친구는 내게 해가 될만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비밀번호 공유가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관계가 끝나고 다시 비밀번호를 바꾸기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는 비밀번호를 공유함으로써 둘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이전 여자친구의 비밀을 이메일을 통해 확산시키거나 앙갚음을 위해 친구를 헐뜯은 내용을 해당 친구에게 보내는 경우도 있다.


공부를 위해 비밀번호를 공유하기도 한다. 시험 때가 되면 친구에게 자신의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번호를 바꿔달라고 요구한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바뀐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지 말도록 해 공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여왕벌과 팬들'이라는 책을 쓴 로잘린드 와이즈만은 "이성간에 관계가 지속된다면 서로에게 뭐든지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