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미국에서 발굴된 오래된 토착 원주민들의 유골 처리 문제를 놓고 미국 과학계와 토착 원주민 사회가 충돌하고 있다. 거의 1만 년이나 된 오래된 유골의 소유권과 관할 문제를 놓고 양자가 벌이는 싸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으나 미국 연방 정부는 최근 토착 원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연구기관들은 보유한 유골들을 원주민 부족 사회에 돌려줘야 하게 된 처지에 놓였지만 여전히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갈등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내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대학과 박물관, 연방정부 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원주민 유골은 16만기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유골 반환에 소극적이며 반환이 이뤄지고 있다 해도 극히 일부이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수만개의 토착 원주민 유골이 수집됐다. 일부는 서양인에 비해 열등하다는 주장을 포함해 다양한 학술 연구 목적을 내걸고 원주민들의 묘를 파헤치고 약탈하기도 했다고 이 방면의 전문가인 로버트 비더 인디애나대학 교수는 밝혔다.
그러나 원주민 유골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들은 이제 유골들이 특정 부족과의 관련성이 파악되지 않더라도 요청이 있으면 이를 원주민 사회에 반환해야 한다.
이는 1990년에 제정된 토착 원주민묘지보호 및 반환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법제정 이후에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다가 2010년 연방정부 내무부가 특정 부족과의 문화적 연관성이 파악되지 않은 유골에 대해서도 반환 요청에 따르도록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650개가 넘는 대학과 다른 기관들은 보유 유골 중 특정 부족과의 연관성이 파악되지 않은 약 11만 6천기의 유골 처리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갖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 박물관이나 기관들은 보유 유골에 대해 이 유골들이 매장돼 있던 지역에 살고 있는 부족이나 과거 선조가 살았던 부족에 통보를 하고 이들 부족이 유골을 회수해갈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하버드대학이나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학 등 쟁쟁한 연구기관들은 이미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토착 원주민부족들은 연방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약탈자들이 훔쳐가 먼지 쌓인 창고에 반환돼 있고 연구자들이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는 유골들의 아픈 역사가 막을 내리게 됐다고 기뻐하고 있다.
쿠메야이 부족연맹 문화반환위원회 위원인 루이스 과삭은 "이것은 물건이 아니며 사람들에게 이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15일 말했다. 그러나 법을 지키면서 동시에 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해야 하는 대학이나 다른 연구기관들은 곤혹스런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앞으로 유골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고대인들의 식단이나 건강, 이동경로 등 다양한 관습들에 대한 연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반환된 유골들이 제대로 후손들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주장한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인류진화사회변화 대학 케이스 킨티 교수는 "공공의 관심과 과학적 관심은 아무런 비중도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