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강력한 반이민법을 제정해 논란을 빚었던 미국 애리조나주 지역 고교에서 멕시코계 역사 과목을 폐지해 멕시코계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애리조나주 투산 통합교육위원회는 최근 미국의 멕시코계 주민의 역사를 고교 정규 과목에서 폐지키로 의결했다고 1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교육위원회 결정에 따라 치카노(멕시코계 미국 시민)의 역사를 가르치던 과목은 '미국 역사' 로 대체됐고 '치카노 문학' 과목 역시 '미국 문학'으로 바뀌었다. 교육위원회는 특정 소수계 인종에 특화된 교과 과정을 개설하지 못한다는 애리조나주 법률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종간 분리와 차별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논리다.


애리조나주 공공교육 국장 존 허핀탈은 '치카노 역사'와 '치카노 문학' 과목은 '불법'이라고 지난 주 밝혔다. 투산통합교육청은 주 정부에서 받는 1천400만 달러의 예산 지원이 끊길 것이 두려워 서둘러 과목 폐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일선 학교 교사와 학생, 그리고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치카노 역사'와 '치카노 문학'은 오랫동안 주류 학문에서 무시해왔지만 미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멕시코계 주민의 역사와 문학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은 주 정부가 멕시코계 주민의 사회, 정치적 영향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교육위원 투표에서 폐지안에 찬성표를 던져 '동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는 멕시코계 위원 미겔 쿠에바스는 주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을 우려한 결정이라며 "나도 멕시코계지만 전체 학생들이 더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목 폐지를 반대한 유일한 교육위원인 아델리타 그리할바는 "교육위원회는 주 정부의 협박에 굴하지 말고 헌법 소원을 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애리조나주는 밀입국하는 멕시코인을 막겠다며 지방 경찰에게 무제한 검문권을 부여하는 법률을 제정했다가 연방 정부와 갈등을 빚는 등 라티노에 대한 반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