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왕조적 독재 정권을 상징해 온 인물 중 한 명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에도 영향을 미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과 경제 제재 속에도 정권을 유지한 세계의 지도자는 김정일 위원장과 아사드 대통령 두 명으로 압축됐다. 김 위원장 사망으로 이제는 국제사회의 퇴진 압박을 받게 될 지도자는 사실상 아사드만 남게 된 셈이다.
세계 최장수 독재자로 꼽히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는 지난 10월 반군의 추격을 받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졌고 예멘에서 33년간 장기 집권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도 퇴진을 선언했다.
남미와 중앙아시아 국가에도 일부 독재자들이 있긴 하지만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국민의 반대 여론 등을 살펴보면 아사드 대통령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사드는 30년간 집권한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승계받아 올해 11년째 집권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군인을 동원한 아사드 정권의 반정부 시위대 진압으로 4천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유엔은 추산되고 있지만 아사드의 권력 집착은 확고하다.
아사드는 지난 5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압 정책을 마련하는 것과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관리들이 실수한 것은 다르다"며 유혈 진압에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달 19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도 "시위대와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며 "시리아는 (민주화 시위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강경 진압이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한편으로 아사드는 국가비상사태법을 48년만에 폐지하고 복수 정당을 허용키로 하는 등 각종 유화책을 내놓으며 사태를 수습해 보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반정부 거점 홈스를 중심으로 시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이탈병의 반란마저 거세지자 무력 외에는 의지할 수단이 없다고 결심한 듯 결사 항전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아사드의 막냇동생인 마헤르 알 아사드는 정예 부대인 제4사단과 공화국수비대를 이끌며 아사드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북한의 혈맹'인 시리아가 김정일의 사망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북한과 시리아는 1966년 7월 수교해 40년 넘게 친선·협력관계를 다져왔다.
한국 정부는 2005년 시리아에 수교를 제의했으나 북한과 관계를 고려한 시리아의 거절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시리아는 현재도 중동에서 한국의 유일한 미수교 국가로 남아 있다.
'아랍의 봄' 여파 속에 김정일의 사망은 아라비아반도의 바레인 등 일부 아랍국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바레인 당국은 지난 2∼3월 수니파의 권력 독점에 반대하는 시아파의 반정부 시위를 외국 군대까지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해 야권과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왕정국가에서는 재스민 혁명의 불씨가 이미 대부분 꺼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