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10살 때 노예로 팔려왔던 이집트 출신 소녀가 12년 만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6일 기구한 운명을 극복한 시마 할(22.여)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살던 할은 8살 때 노예로 팔렸다. 부모가 30달러를 받고 할을 압델 나세르 에이드 유세프 이브라힘이라는 사람에게 넘긴 것이다.


이브라힘 부부는 2년 뒤 카이로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으로 이민을 오면서 할도 데리고 왔다. 할은 이브라힘 부부의 노예로 살았다. 하루 16시간 동안 뼈가 빠지게 일했다. 청소, 빨래, 요리, 그리고 다섯명의 자녀를 돌보는 일까지 모두 할의 몫이었다.


학교는 커녕 외출도 못했다. 의사나 치과 의사를 만나본 적도 없고 심지어는 영어 한마디 듣고 말해본 적도 없었다. 이브라힘 부부는 종종 할을 때리기도 했다. 할은 "그땐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서 "그저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2년 이웃 주민의 신고로 조사에 나선 아동보호국 직원의 손에 구출된 할은 겨우 13살이었지만 스스로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아랍어 통역을 내세운 이민국 직원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할은 이집트에 있는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주인에게 돌아가라"고 말하자 할은 "아빠는 지금 잘못하고 있다. 나를 또 다시 노예로 만들 셈이냐"고 대들었다. 아버지와 전화 통화 이후 할은 이집트로 돌아갈 생각을 접고 미국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이민국 직원인 마크 아벤드가 그때부터 할의 보호자가 되어 줬다. 초, 중, 고교를 차례로 마친 할은 지금 아웃렛 매장의 매니저로 일하지만 대학에서 학위를 따서 이민국 직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지녔다.


할은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인신 매매의 실태와 부당함을 고발하는 강연을 해왔다. 이민국 직원을 대상으로 인신 매매 희생자의 심리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봉사 활동도 벌였다.


15일 마침내 미국 시민권을 손에 넣은 할은 "정말 커다란 역경을 이겨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미국 이민국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인신 매매 사범 300여명을 체포했다. 미국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 약 1천200만명이 사실상 노예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