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에서 수거한 폐 배터리가 멕시코로 보내져 납 추출 과정에서 공장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재활용을 위해 멕시코로 들어가는 폐 배터리는 점점 늘고 있는데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엄격한 새 기준 때문에 미국 내에서 재활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늘어난 반면 관련 규정이 느슨하거나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들로 배터리를 수출하는 것은 합법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부의 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7년에는 미국에서 폐기 대상 자동차와 공업용 배터리의 6%가 멕시코로 수출됐지만 현재는 20%로 급증했다. 올해 미국에서 멕시코로 수출되는 배터리는 2천만개로 추산되는데 다른 제품으로 위장해 밀수출되는 물량은 빠진 수치다.


납은 한때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지난 10년간 국제 수요가 10배 늘면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폐 배터리에서 납을 추출하는 비용이 낮아질수록 이윤이 커지기 때문에 미국의 재활용 기업은 멕시코로 납을 수출하거나 밀수까지 한다. 멕시코에 재활용 공장을 직접 세우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납 배터리 재활용 업체는 세균 실험실같이 밀폐되고 고도로 기계화된 공장을 운영하지만 멕시코에서는 사람이 해머를 휘둘러 배터리를 분해하며 납을 녹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이 밖으로 배출돼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 납은 성인에게는 고혈압과 신장 손상, 복통을 유발하며 아동에게는 신경 발달을 저해해 심각한 발달 지체와 행동 장애를 일으킨다.


납 재활용 공장 때문에 주변의 아이들의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멕시코시티의 환경단체 관계자는 말했다. NYT가 납 재활용 공장 근처에 있는 학교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 미국 EPA 기준치의 5배나 되는 납이 검출됐다. 멕시코에도 납 재활용 관련 규정이 있지만 감독이 소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허가받은 공장들은 미국의 공장들보다 20배나 많은 납을 배출할 수 있을 만큼 기준이 엄격하지 못하다.


환경 보호론자들과 미국 내 재활용 업자들은 폐 배터리가 멕시코의 건강 문제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납 재활용업체 RSR의 최고경영자 로버트 핀은 "미국은 위험한 물질을 제대로 처리할 시설을 갖추지 못한 이웃(멕시코)에게 이를 합법적으로 보낸다. 우리 문제가 아닌 것처럼 고개를 돌려버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