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7ㆍ4 전당대회에서 집권 여당 수장으로 선출됐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9일 취임 5개월 만에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불명예 퇴진했다. 홍 대표는 취임 초기 계파타파와 서민정책 강화를 내세우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지만 10ㆍ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패배와 잇따른 막말 파문으로 흔들렸고 `디도스 사건'이 터지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지난 4ㆍ27 재보선 패배로 `안상수 체제'가 붕괴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치러진 경선에서 홍 대표는 2위인 유승민 최고위원을 1만표 가까운 차이로 누르며 대표직을 차지했다. 서민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보수 정당의 대표 자리에 오른 그는 친서민정책에 박차를 가했고, 이는 복지정책 강화를 표방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쇄신파의 주장과도 부합했다.


그는 당청 관계에서도 `당 선도론'을 제시하며 당정청 회동 장소를 청와대나 총리공관이 아닌 여의도 당사에서 여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 체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여권이 패배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주민투표 직후 25.7%를 기록한 투표율에 대해 "사실상 승리했다"고 말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치르게 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야권 통합후보에게 패배한 이후에도 홍 대표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고 말해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홍 대표는 거침없는 직설 화법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10월31일 홍대 앞에서 가진 대학생들과의 `타운미팅'에서 "이대 계집애들"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출입기자들과 한 만찬 자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 "이달 내 통과시키면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한 대 날리기로 했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은 홍 대표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홍 대표의 디도스 파문 대응과 현실 인식이 안일하다는 이유로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이 동반 사퇴했지만 홍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카드'를 꺼내며 버티기로 맞섰다.


전날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총선시 현역의원 기득권 배제 등 당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공천에 대한 사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반발을 샀고 급기야 당내 주류로 부상한 친박(친박근혜)계가 등을 돌리면서 물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