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네바다 카운티 자치 정부는 오는 6일 '깜둥이 개울(Negro Creek)'이라는 지명을 '나비 개울'로 바꿔달라는 청원을 심사할 예정이다.


개명 청원은 최근 이곳에 농장을 일구러 땅을 사서 이사 온 개일 스미스가 제출했다. 처음에 미국 국립지리원 지명위원회에 개명을 요청했지만 지방 자치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명에 흑인을 비하해 부르는 '깜둥이(Negro)'가 들어간 지명이 미국 전역에 700곳이 넘는다고 4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55곳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니그로'라는 단어가 스페인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지명에 스페인어가 널리 쓰이는 캘리포니아주가 유난히 지명에 이 단어가 많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니그로'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흑인(Black)'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이 공식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니그로'라는 말을 대놓고 썼다가는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각종 법률 위반으로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명에서 '니그로'라는 단어를 추방하자는 견해에 누구나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지명에 나타난 '니그로'는 흑인을 '깜둥이'라고 비하하는 뜻을 담은 게 아니고 그 자체가 지역 문화유산이라는 주장이다.


네바다 카운티 자치정부 운영위원 행크 웨스턴은 '깜둥이 개울' 개명 신청을 심의하기 위해 흑인 지역 사회 원로들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 가운데 일부도 수십년 동안 내려온 지명을 바꾼다면 행정 비용도 엄청나고 혼란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긁어 부스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원을 낸 스미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시카고 불스 농구팀 선수를 만나서 '당신네 팀에는 '깜둥이'가 많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역사적 사실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버몬트대학 에밀리 버나드 교수는 "지명에 포함된 '니그로'는 역사의 유물이고 흑인을 비하하는 뜻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놔둬야 한다는 주장은 '니그로'라는 단어에 함축된 가슴아픈 역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