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탐욕스런 금융자본에 저항하기 위해 일어섰던 미국의 반(反) 월가 시위대가 혹독한 겨울추위라는 복병을 맞아 고전하고 있다.
미 연방공원경찰(Park Police)은 4일 정오 직전 워싱턴DC 중심에 위치한 맥피어슨 광장으로 진입했다. 시위대 일부가 허가없이 목조건물을 세우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도시내 공원 등은 미국국립공원관리프로그램에 의해 국립공원관리청(NPS)이 관리하며, 연방공원경찰은 주요 시설물내 치안권을 갖고 있다.
연방공원경찰은 시위대가 짓고 있는 목조건물은 불법시설물이라며 이날 오전부터 자진철거를 종용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목조건물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한 '일시적인 시설'이라며, 환경친화적으로 짓겠다며 철거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정오 직전까지 자진철거를 기다렸으나 시위대가 거부하자 행동에 나서 12명을 현장에서 체포하고 일부 시위대를 건물에서 쫓아냈다. 경찰의 체포가 시작되자 일부 시위대는 목조건물 내부로 들어가 "우리를 그냥 놔두라"는 구호를 외치며 저항했지만 경찰의 철거작업에 격하게 저항하지는 않았다.
경찰도 목조건물을 '사수'하려던 시위대를 체포했으나 광장의 다른 곳에 진을 치고 있는 '텐트 시위대'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도 시위대가 시내 공원에서 겨울을 나겠다면서 텐트를 치자 시 당국이 공원 폐쇄명령을 내렸으며, 이날 경찰은 이에 항의하는 일부 시위자를 체포했다.
이밖에 테네시주 네슈빌에서는 일부 시위 참가자가 도로와 보행로 중간을 가로막고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이들 가운데 4명을 체포했다.
특히 현장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과정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던 방송기자 1명도 경찰에 의해 일시 구금당해 항의하기도 했다고 테네시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금융자본의 탐욕과 자본주의 모순에 `항거'하며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점령시위는 지난달말 로스앤젤레스(LA)와 필라델피아의 시위대 해산으로 사실상 동력을 잃었으나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월가 시위의 발원지인 뉴욕 주코티 공원의 시위대 캠프는 혹독한 겨울 추위에 대비해 군용 텐트까지 동원하는 등 시위대에게 추운겨울이 또 다른 시련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