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호주에 이어 2일 미국에서도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승리함에 따라 그동안 불리하게만 보였던 전세를 확실하게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초반 공세에 밀려 네덜란드와 독일 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쉽게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호주에서 승소해 분위기를 반전시킨데 이어 이번에 '애플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승리해 쉽게 넘볼 수 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게다가 미국 법원에서의 승리는 '적지'라는 상징적인 의미 등을 감안할 때 전 세계 10개국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간에 벌어지고 있는 20여건의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오히려 애플이 수세국면에 처하게 됐다.
사실 양사 특허전쟁 초반에 애플이 네덜란드와 독일 법원에서 손쉽게 승소하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완패를 예견하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전문가들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많이 나오는 독일 법원과 달리 미국 법원은 특허의 유효성에 대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애플이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특허청에서 인정되는 특허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 법원에서 법적인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법원에서 특허침해를 인정받으려면 특허의 ▲유효성 ▲침해 여부 ▲이용허가 여부 등 3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중 애플이 특허 이용을 허가했는지는 삼성전자가 애플로부터 문제의 특허 사용을 허가받았다고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서는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는지와 애플의 특허가 미국 특허청의 특허인정보다 훨씬 까다롭고 엄격한 '법적 유효성'을 가졌는지 등 두 가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이 소송 담당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이패드의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은 입증했지만 삼성전자의 반론에 맞서 특허의 유효성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고 판시, 특허의 유효성이 삼성전자 승소의 핵심요인이 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법률 저널에 삼성전자의 승소가능성을 제기한 논문을 실어 화제가 됐던 크리스토퍼 카라니 변호사는 이 논문에서 삼성전자 측이 94년 개발된 '나이트 리더' 태블릿 원형을 아이패드보다 앞선 제품으로 제시했을 때 애플의 변호사들이 이 태블릿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데도 효과적인 반론을 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 판사의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나이트리더가 애플 아이패드 디자인에 앞서는 유효한 '선행제품(prior art)'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내년 여름으로 예정된 본안 소송에서는 양사 변호사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뮬러는 "디자인 관련 권리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의 전략은 실패했다"며 "삼성전자가 이번 결정으로 세계 최대 전자기기 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계속해서 팔 수 있게 됐을 뿐아니라 내년 여름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 본안소송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애플이 본안소송에서 더 많은 특허를 주장할 것으로 보여 최종 판결은 아직 미지수"라면서 "미국에서 가처분 소송이 삼성전자에 (애플과의) 화해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으나 삼성전자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양사 특허전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