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고위직 보직자 급료를 큰 폭으로 올리기로 결정해 반발을 사고 있다. 10개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총괄하는 UC 운영위원회는 대학 본부 사무처가 제출한 고위직 교원 12명의 연봉을 6.5%에서 23%까지 인상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번 급료 인상 대상은 대부분 연봉 20만 달러 이상을 받고 있는 부총장, 학장, 부속 병원장 등 고위직 보직 교수들이다.


이런 급료 인상이 문제가 된 것은 재정난에 빠진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지원금을 대폭 줄이자 UC는 등록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사는 와중이기 때문이다. UC는 최근 10년 동안 등록금을 무려 3배나 올렸고 최근에는 내년부터 4년 동안 등록금을 적어도 8%, 많게는 16%까지 올려야 대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재정 전망을 내놓으며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은 UC 버클리, UCLA, UC 데이비스 등을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달 18일 UC 데이비스에서 경찰이 학생 얼굴에 최루액을 분사한 불상사도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와 관련이 있다.


UC와 함께 캘리포니아주의 양대 주립 대학인 칼스테이트대학(CSU) 학생들도 최근 이사회가 등록금 인상안을 논의하려 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UC 수뇌부는 학문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려면 인재에게 적절한 급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이번 급료 인상을 두둔했다. 특히 UC는 그동안 민간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비슷한 경력을 지니고 유사한 업무를 맡는 고급 인력이 받는 급료에 못 미치는 연봉을 줘왔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연봉이 55만 달러로 오른 UC 데이비스 부속 병원장은 급료의 대부분이 병원 운영 수익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크 유도프 UC 총괄 총장은 "심사숙고 끝에, 그리고 투명하게 결정했다"면서 대신 20가지의 비용 인상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과 반발이 예상된다. 남캘리포니아대학(USC) 고등교육연구소 윌리엄 티어니 이사는 "설사 연봉 인상이 불가피하다 해도 이번 결정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고 있고 세금을 낼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와중에 (고위직) 연봉 인상은 전략적인 실패"라고 꼬집었다.


연봉 인상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운영위원 에디 아일랜드는 "민간 기업에서 주는 연봉을 대학이 댈 여력은 없다"고 주장했다.


티어니 이사 역시 "대학 교직원은 민간 기업 수준의 급료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만두는 일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