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 맨해튼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가 지난달 30일 로스앤젤레스와 필라델피아 시위대 강제 해산으로 사실상 끝이 났다. 금융자본과 정치권이 변할 때까지 '점령'을 계속한다는 시위대의 목표는 무산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번 운동은 '1대 99 사회'라는 강력한 사회적, 역사적 구호로 살아 남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9월 맨해튼 주코티 공원의 월가 점령 시위대가 "우리 99%는 가진 게 없다, 나머지 1%가 다 차지했다"고 외친 이래 1대 99의 구호는 대중을 사로잡았다. 지난 9~10월 사이 검색엔진 구글에서 '99%'의 검색 빈도는 7배로 급증했고, 소득 불평등을 다룬 기사도 크게 늘었다.


'당신은 몇 %인가?'라는 기사 제목을 비롯해 '99%를 위한 음반', '99%를 위한 기념품' '1%의 삶을 누려라'는 광고 문구가 곳곳에 등장할 정도로 이 구호가 크게 유행했다. '점령(occupy)'이라는 말도 각종 매체와 일상 대화에서 빈번하게 차용하는 표현이 됐다.


점령 시위대의 '1대 99' 구호는 그간 소득불평등 문제를 꾸준히 지적한 지식인과 언론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진보 경제학자인 조지프 E. 스티글리츠의 기고문에서 시작됐다. 스티글리츠는 지난 5월 미국 잡지 '배니티페어'에 '1%의, 1%에 의한, 1%를 위한'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는데, 이 표현이 9월 '월가를 점령하라' 집회에서 본격적으로 구호로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구호는 적이 누구인지를 간명하게 지목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미국 역사를 뒤흔든 민중운동에서도 이런 구호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독립혁명), '대표 없이 과세 없다'(독립혁명), '59센트'(1960년대 양성평등운동) '우리는 이길거예요'(1955~1968년 민권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신문은 '1대 99'의 구조를 전복하라는 시위대는 30일 LA와 필라델피아를 끝으로 모두 해산됐지만 그 화두는 쫓겨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사회에 남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