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을 폭행한 피의자에 대해 신청된 구속영장을 법원이 29일 기각하면서 당시 폭행사태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일부 누리꾼 등은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시위대의 서장 폭행 당시 장면이라고 배포한 사진을 놓고 의문을 제기해왔다.


사진에서 박 서장을 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손이 실은 서장을 수행하며 시위대로부터 보호하려던 경찰관의 손인데, 이것이 마치 시위대가 서장을 폭행하는 장면처럼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피의자 김모(54)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공무집행방해에서 요구하는 폭행에 해당하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하자 김씨의 혐의를 규명하고 의혹을 잠재워야 하는 경찰의 부담은 더 커졌다. 반면 의혹을 제기해온 쪽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되자 "증거로 제출된 채증 자료의 폭행 장면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강 조사를 거쳐 영장을 다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김씨에 대해 너무 무거운 혐의를 적용하려 한 것이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예상된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 여러 명과 폭행에 가담했고, 박 서장이 전치 3주 진단을 받고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일반 공무집행방해보다 무거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채증된 동영상에 김씨가 박 서장의 모자에 손을 대고 얼굴 부위를 가격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며 "다중의 일원으로 폭력을 휘둘러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했으므로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장이 기각되고 석방된 김씨는 "서장의 진입을 막으려다 보니 모자를 뺏었지만 폭행은 하지 않았다"며 "경찰에서 진술 후 채증 동영상을 보니 내가 주변 사람들과 섞여 있는 장면만 나왔을 뿐 폭행 장면은 없었다"고 말했다. 채증 영상이 다소 먼 거리에서 촬영돼 폭행 장면이 그리 선명하지 않았고, 박 서장 주위에 시위 참가자가 여럿 몰려 뒤엉킨 터라 피의자들의 행위를 명확히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경찰 측 전언도 있다.


이에 따라 김씨가 박 서장을 폭행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경찰이 제시해야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김씨 외에 당시 박 서장과 그를 수행하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두고 있는 또 다른 김모(44)씨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남성 등 2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