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 당국이 지난달부터 시청을 점거해온 반(反) 월가 시위대에 자진 해산 최종 시한을 통보했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 시장은 25일 찰리 벡 LA 경찰국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0일부터 시청 앞 잔디밭을 점거해 온 시위대에 공공보건과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오는 28일 0시1분까지 자진 철거할 것을 명령했다.


비야라이고사 시장은 시위대에 "미국의 양심을 일깨웠다"고 칭찬하면서도 공공보건과 안전을 위해 잔디밭에 설치된 485개의 텐트를 치워야 하고, 시위대에 의해 엉망이 된 잔디밭을 청소·복구해 시민들이 다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월가 시위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면서 "'LA를 점령하라' 시위대는 이제 작은 잔디밭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경제 정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운동에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야라이고사 시장은 시위대의 자진 해산이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평화롭게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지만, 그의 발언에 대해 한 시위 참가자는 "내가 들은 것은 '사람보다 잔디가 더 소중하다'는 말일 뿐"이라며 비난했다.


한편, 미국의 다른 도시들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백화점을 찾은 쇼핑객들에게 기업의 탐욕을 꾸짖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각종 장난감과 관광상품들이 모여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온스퀘어 인근 거리에는 이날 저녁 시위대 수십명이 모여 반(反) 소비지상주의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폭동진압 경찰이 출동해 시위대와 대치했으나 교통 체증만 빚어졌을 뿐 다른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도로에서는 시위대가 마련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운동의 참가자들이 도로를 막고 "쇼핑은 그만하고 우리와 함께해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새크라멘토에서도 20여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며 백화점 앞에서 "그들은 '이윤'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강도질'이라고 부른다"는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