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면죄부(免罪符)가 아니라 대사(大赦)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된 '면죄부' 용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교과서에 면죄부라는 용어 대신 '대사'를 사용해달라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가톨릭 신자는 면죄부가 아닌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으며, 면죄부는 죄를 사하는 것이 아니라 죄에 대한 벌을 사면해주는 '대사'(大赦. indulgence)의 오역(誤譯)이라는 것이 주교회의 측의 설명이다. 주교회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면죄부를 '면벌'(免罰)이라는 용어로, 일본에서는 '면상'(免償)으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면죄부는 올바른 용어가 아니며 잘못 번역된 단어"라면서 "면죄부라는 용어 때문에 천주교가 부정적으로 비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침이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면죄부라는 용어에 상당한 오류가 있는 만큼 교과서를 제작할 때 면죄부 대신 '대사'라는 용어를 사용해달라고 교과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면죄부는 교회 타락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일반적으로 교과서에는 독일의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1517년 교황의 면죄부 판매 등을 비판하며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해 종교개혁의 불을 당겼다고 기술돼 있다. 주교회의 이정주 신부는 "(중세 교회가 교회 기금을 모으기 위해) 대사를 남발한 것은 가톨릭 교회의 가장 부끄러운 역사 중 하나지만 면죄부는 명백히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