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 총격을 가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가 1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암살기도 혐의로 기소됐다. 백악관에 지난 11일 밤 총격을 가한 혐의로 전날 체포된 오스카 오르테가-에르난데스(21)는 이날 피츠버그의 연방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임스 키친 검사는 오르테가에 대해 대통령 암살기도 혐의를 제기했다. 오르테가는 이 혐의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에 처해진다. 법원은 오르테가를 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DC 관할 법원으로 이송하도록 명령했다.


아직 오르테가가 왜 백악관에 총격을 가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정에 제출된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의 기록에 따르면 오르테가는 평소 오바마와 백악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르테가의 한 친구는 오르테가가 평소 오바마를 "악마로 봤으며,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인은 "오르테가가 오바마를 해치기를 원했고 오바마를 적그리스도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아이다호에 거주하는 또 다른 지인은 오르테가가 "오바마는 악마"라고 간주했다고 수사당국에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사당국 관계자는 현재 당국이 오르테가의 정신상태를 조사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르테가가 백악관 총격을 신으로부터 받은 개인적 사명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 출두한 오르테가는 길고 헝클어진 머리에 수염이 난 모습이었다. 수사당국의 기록에 따르면 백악관 총격 사건은 지난 11일 밤 9시께 발생했다. 총성 직후 어두운 색의 승용차가 백악관 앞 도로에서 급히 발진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경찰과 비밀경호국은 총격이 백악관 인근 600∼700m 밖에서 발생한 뒤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5분 만에 백악관 앞 콘스티튜션애버뉴 인근에서 버려진 용의자의 차량을 발견했다. 이 차량 안에는 망원경이 달린 반자동 소총과 3개의 장전된 탄창, 9발의 탄피가 있었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 수사당국은 오르테가가 백악관 앞 도로인 콘스티튜션애버뉴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 안에서 총을 발사한 뒤 사건 현장을 급히 벗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총격 당시 오바마 대통령 내외는 백악관을 떠나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정박된 항공모함 칼빈슨호 갑판에서 열린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사건 당시 백악관에 오바마의 두 딸 등 나머지 가족이 남아있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