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반(反)월가 시위의 심장부가 15일 강제 해산당하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던 이번 시위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뉴욕시 당국은 앞서 '월가 점령' 시위의 거점인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 경찰력을 투입, 현장의 시위대를 해산하고 공원에 설치된 텐트를 모두 철거했다.


뉴욕을 비롯한 여러 도시의 시위 조직자 수십명은 자본주의의 탐욕을 동원하기 위해 공원 점거와 갑부 자택 항의시위 등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며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미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성향이 비슷한 정당 후보자 지지를 포함해 지역단체와의 연대 강화, 은행 계좌 인출과 같은 직접적인 행동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는 당국의 단속이 그동안 특정 장소에 국한된 시위 중심지를 옮기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월가 시위 활동가 사이에서도 상징이 된 공원을 지키는데 너무나 많은 재원을 투입했다며 "장소를 초월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겨울이 다가오자 야외에서 이뤄지는 시위 활동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위자의 마약 소지 등 범죄활동을 비롯해 부정적인 측면이 언론에서 부각돼 시위대의 주장을 약화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스탠퍼드대의 더그 매캐덤 사회학 교수는 "점거 시위 없이는 시위대의 에너지가 빠르게 사그러들어 초점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월가 시위대는 법원이 공원 내 야영을 금지한 뉴욕시 당국의 결정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공원 재점거를 추진하겠다며 "월가 점거 시위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도시의 시위대도 이번 해산으로 오히려 자신들의 목적이 강조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당국에 의해 이날 새벽 쫓겨난 반월가 시위대 1천200명은 늦은 시간 다시 주코티 공원으로 밀려들어 본거지를 차리려 당국과 실랑이를 했지만 텐트를 새로 치지는 못했다.


시위대의 야영금지 조치가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경찰은 저녁에야 주코티 공원을 개방해 이들을 한 명씩 차례로 들여보냈다. 시위대는 공원에 다시 돌아온 것은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탐욕과 소득 불균등을 비판하며 지난 9월17일 노숙시위에 돌입한 지 58일 만에 내쫓겼던 시위대는 이날 하루 동안 요동치는 시간을 보내며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