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 안전을 위해 저지되어야 하는가?


9월 중순 월가 시위가 "점령하라"라는 구호 아래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이런 논쟁이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왜냐면 금융권에 대한 반항을 가진 일부 젊은이들이 좀비 분장을 하고, 입과 얼굴을 1달러 지폐로 틀어 막고 월가를 누빌 때, 대다수 미국 국민들이 이들의 분노에 동참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그들이 자신들의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에 일종의 통쾌함까지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정서 속에서 시위는 미국 내 수십개 주요 도시와 전세계로 불같이 퍼져 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달이 지난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경찰은 시위의 본거지인 시청 앞 광장을 봉쇄하고 농성장의 텐트를 모조리 철거한 후, 시위대 32명을 체포했다. 캘리포니아 유레카 경찰 50여명은 농성장을 진압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20여명을 연행했다.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도 51명이 체포됐다.


뉴욕도 이미 텐트 철거 및 주코티 공원 청소를 놓고 시위대와 갈등을 겪었으며 이미 78명이 재판 중에 있다. 시위에 참여했던 400여명이 체포된 일도 있었다. 애틀랜타에서도 최근 20여명이 연행됐다.


한때는 통쾌함을 선사하던 시위대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은 시위대로 인해 사회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다. 시위대 안에서 절도 및 성범죄가 발생해 시위대 내부 혹은 그 주변의 공공질서와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은 시위대를 향한 시민들의 지지를 급속도로 떨어뜨렸다. LA에서 시위대들은 BOA에 난입했다가 체포됐고 오클랜드에서는 은행 건물을 파손하다 체포됐다. 시위대로 인해 교통 등이 마비돼 경제 활동에 지장을 받는 시민들도 생겼다. 거기에 소음, 노상방뇨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한가지는 정작 그들에겐 분노만 있지 대안이 없다는 점이었다. 즉, 99%를 자처하는 그들이 1%를 향해 분노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내용이 분명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없다고까지 할 수 있다. 직장을 늘려 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부의 재분배를 해 달라는 것인지, 대출의 이자율을 낮춰 달라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자 시민들은 결국 그들의 운동에 흥미를 잃어 버렸다.


한편, 이 시위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뉴욕 시위대는 오는 17일 시위 2개월을 기념해 월스트리트를 폐쇄하고 거리 축제를 열 계획이라 뉴욕 시 당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