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오늘날의 스티브 잡스가 있기까지는 그의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하나로 묶어낸 아내 로런의 힘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달 5일 세상을 떠난 애플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59) 씨는 8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8세기 미국의 정치인 겸 외교관, 문필가인 벤저민 프랭클린,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미국의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등의 전기 작가로도 유명한 아이작슨은 잡스가 자신에게 공식 전기 집필을 부탁하면서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각도 담아 객관적인 전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1984년 시사주간지 타임의 기자 시절부터 잡스를 알게 돼 전기를 쓰는 인연을 맺은 아이작슨은 타임 편집장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CNN 최고 경영자를 거쳐 현재 아스펜 연구소 회장 겸 최고 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아이작슨은 2009년 전기 집필을 시작한 이후 잡스를 약 50차례 가까이 인터뷰를 했고, 100여명 이상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그의 전기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잡스 전기를 쓰게 된 과정과 그의 재능, 성격, 평가 등을 술회한 아이작슨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왜 이렇게 왜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기를 끈다고 생각하나.


잡스는 아주 감성적인(emotional) 사람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과 감성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전 세계인들은 그가 만든 아이폰, 아이팟을 사랑하고 즐기면서 그토록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제품들을 만들어낸 주인공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영국 팝 그룹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1940-1980)이 세상을 떠났을 때와 같은 분위기이다. 내가 존 레넌이 죽었을 때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잡스가 왜 당신을 자신의 전기 작가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나.


내가 언론인이라는 점 때문에 부탁했다고 했다. 벤저민 프랭클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헨리 키신저 등에 대한 전기를 쓴 적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또 그들로부터 얘기를 이끌어내는데 능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전기가 객관적인 책이 되기를 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는지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기를 순수 역사학자에게 맡기지 않은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프랭클린, 아인슈타인 전기를 쓴 당신에게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한 게 자신을 그들과 같은 반열로 스스로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2004년에 잡스가 나한테 처음 전기를 써 줄 것을 제안했을 때 반농담 식으로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때는 잡스는 훨씬 젊은데다 인생의 오르막내리막을 경험하는 시기였고 나는 그의 암 투병 사실을 몰랐다. 그때 나는 "당신의 전기를 쓰는데 관심이 많지만 지금은 아니다. 당신이 은퇴한 이후 20∼30년 뒤쯤에 생각해보자"며 거절했다.


그러다 2009년에 잡스의 아내인 로런 파월이 '스티브가 암과 싸우고 있다'며 그의 전기를 쓸 것을 다시 제안했다. 그때는 수락했다. 잡스는 프랭클린과 같이 아주 독창적이고 경이로운 인성을 소유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잡스가 자신의 전기에 대해 요구한 것은 없었는가.


전혀 없었다. 어떤 내용은 들어가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든지 아무런 지침도 주지 않았다. 오로지 나에게 준 지침은 책의 겉표지이다. 한국어판 표지도 똑같은 것이다. 그 책 표지 디자인은 그가 직접 제시한 것이다. 책 표지가 사진이어야 하고 단순하게 가기를 원했다.


-잡스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전기를 읽어보았는가.


그는 출판되기 전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다. 원고도 보지 않았다. 다만 내가 전기 집필이 끝날 무렵 그 내용을 말해줬을 때 아주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잡스는 중요한 순간에 자주 눈물을 흘린 것으로 나와 있는데 어떤 정서인가.


그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생각할 때 눈물을 흘리곤 했다. 때때로 얘기를 하던 중 그를 쳐다보면 뺨에 눈물을 흐르는 것을 보곤 했다.


-잡스 없는 애플이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잡스 체제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이 애플을 경영하면 향후 5~10년 동안은 애플이 존속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애플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훌륭한 예술적 재능과 대단한 기술적 역량을 갖고 있다.


-전기에서 잡스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돼 있다. 그런 성격의 소유자가 어떻게 애플이라는 조직의 리더, 경영자가 될 수 있었는가.


훌륭한 경영자가 되려면 괴팍한 성격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훌륭한 경영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예를 들면 잡스의 뒤를 이어 현재 애플의 최고경영자를 맡은 팀 쿡은 매우 침착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전혀 괴팍하지 않다. 반면 잡스는 괴팍하면서도 매우 감성적이며 또 예술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훌륭한 경영자이다.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데 하나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잡스의 성격 중 하나로 묘사된 반사회적(counter-culture)인 성향은 애플의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그의 반사회적 성향은 잡스를 매우 흥미롭게 하는 한 요소이다. 잡스는 히피이기도 했다. 잡스는 1960년대 말의 반체제 운동, 히피 운동과 실리콘밸리의 공학, 기술 운동을 하나로 합치려 했고, 그것이 바로 애플 조직의 정수(essence)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삼성과 삼성의 기술에 대한 잡스의 생각은 어떠했나.


잡스는 삼성을 높이 평가했고, 삼성은 애플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반면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은 애플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말은 세 차례 반복한 '오 와우'(Oh Wow)라고 한다. 무슨 의미라고 추정하나.


그것의 의미는 누구도 추정할 수 없다. 잡스는 종종 '삶은 거대한 미스터리'라고 말하곤 했다. 잡스의 삶 중 일부도 거대한 미스터리이다.


-잡스는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학생으로서, 특히 조직의 보스으로서도 통상적인 모델은 아니다. 그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그는 보스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모델은 아니다. 모든 이는 모든 다른 유형의 인간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잡스는 빌 게이츠를 평가절하하곤 했다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잡스와 게이츠는 아주 강한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다. 경쟁하는 사이인 동시에 존경하는 사이였다. 1970년대 중반에 만나 35년 이상 지속했다. 둘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잡스가 죽기 2개월 전이다. 게이츠가 잡스를 찾았다. 잡스가 더욱 예술적이고 열정적이며 미학적 취향을 가졌다면, 게이츠는 비즈니스 지향적 인물이었다. 잡스는 게이츠를 존경했다.


-잡스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 많은데 누가 가장 영향을 많이 끼쳤나.


아내 로런 파월이다. 그녀는 잡스의 낭만적이고 반사회적이며, 감각적이고 과학적인 세계관, 비즈니스적 성향을 뒷받침했고,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 역할을 한 사람이다. 적극적 성향의 로런은 잡스의 낭만적인 성향과 사업가적인 성향 양 측면의 성격을 통합시킨 사람이다.


-잡스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모든 사람은 잡스를 모순 덩어리, 복잡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잡스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나도 잡스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의 모든 것을 증오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잡스를 왜 천재로 규정하나.


천재는 창의적이어야 하며,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잡스는 창의성과 예술성을 기술과 결합한 인물이다. 천재는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쳐야 하며, 또 자신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99%의 노력으로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천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잡스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후회하는 대목이 있다면.


그가 후회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젊은 시절 여자친구(크리스앤 브레넌)의 임신과 그녀게서 태어난 딸(리사)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정말 후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