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결코 무아마르 카다피의 경우 같은 제한적인 개입으로 제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전면 침공 결정을 옹호했다.

라이스는 1일 회고록 '최고의 영예, 워싱턴 시절의 회고'(No higher Honor-A Memoir of My years in Washington) 시판을 계기로 가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이 카다피처럼 제거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가 몸담은 조지 W.부시 정권이 미군 수천명의 희생과 천문학적 전비가 수반되는 전면전을 통해 후세인을 제거한데 비해 현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공조를 통해 큰 출혈없이 효과적으로 카다피를 제거했다는 세간의 시각에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라이스는 우선 후세인이 카다피와 달리 규모가 크고 실질적인 군대를 보유했으며, 자국민 40만명을 죽인 인물이라고 지적하면서 "(전면전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사담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전은 이라크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선사하기 위함이 아니라 후세인이 "안보 위협"이었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세인은 "과거 전쟁들을 감행했고,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으며, 이웃을 위협했고,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며 "중동의 `암 덩어리'이자 거대한 불안의 원천이었다"고 부연했다.

라이스는 또 후세인을 전면전이 아닌 제한적 개입으로 제거하려 했을 경우 이라크 상황은 올들어 시위대 3천명 이상이 학살당한 시리아와 유사하게 전개됐을 것이라면서 후세인은 "이라크에서 `아랍의 봄' 시위를 단 1분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전의 인명희생과 과도한 비용에 대해 유감을 표했지만 "어떤 가치도 희생없이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안다"며 자신이 관여한 결정을 정당화했다.

이와 함께 카다피의 죽음은 "정말 잘된 일"이라며 자신이 몸담은 부시 정권이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이끌어냄으로써 카다피를 `무장해제'한 것이 최근 리비아 작전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라이스는 또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과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백악관의 유독물질 탐지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바람에 `사형선고'를 받았던 웃지못할 해프닝도 소개했다. 당시 워싱턴에 있던 딕 체니 부통령이 영상통화를 통해 치명적인 신경독소 `보툴리눔독소'가 백악관에서 탐지됐다면서 노출된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독소가 탐지된 시각으로 미뤄 상하이로 출장간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자신,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 등이 모두 위험하다는 통보였다. 당시 상하이의 미 행정부 수뇌부는 모두 일순간 얼어붙었고, 부시 대통령은 연방 "그 물질이 대체 뭐냐"고 되물었다고 라이스는 회고했다. 결국 하루만에 독소 탐지 시스템이 오작동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그는 부연했다.

라이스는 부시행정부 1기(2001~2004년)에 국가안보보좌관, 2기(2005~2008)에 국무장관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