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처방용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년 사이 3배가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1999년 4천명에서 2008년 1만4천80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헤로인이나 코카인과 같은 마약에 의한 사망보다 더 많은 것이다.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35∼54세의 백인 남성과 미국 원주민, 알래스카 원주민 사이에서 가장 많았고, 농촌과 저소득 지역에서도 사망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CDC는 현재 시중에는 모든 미국인이 한달간 4시간마다 표준용량을 복용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은 진통제가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내 약국과 병원, 의원에서 판매된 옥시코돈, 메타돈, 하이드로코돈 등 마약성 진통제는 1999년 이후 4배가 증가했다. 이들 3개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량은 지난해 1만명당 7.1kg, 1명당 710m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방 약물로 인한 사망이 약물 과다복용 사망의 75%를 차지했고, 지난해 질병이 아닌 오락성 용도로 처방용 진통제를 사용한 사람은 1천200만명에 달했다.


CDC의 토머스 프리덴 소장은 "미국에는 지금 처방약 과다복용이라는 유행병이 돌고 있다"며 "이처럼 위험한 약물의 문제는 골목의 마약 밀매자들보다 무책임한 의사들에 의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진통제가 중독성이 강하고 빠르게 내성이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진통제로 인한 사망의 경우 보통 호흡이 억제돼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하는데, 특히 안정제나 주류와 함께 복용할 때 치명적이다.


미국인 가운데 처방용 진통제 과다복용을 인정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건강보험회사가 이와 관련해 지급하는 비용은 연간 725억 달러에 이른다.


CDC는 정부가 약물 감시기록, 보험금청구 정보 확인 등을 통해 부적절한 약물 처방과 사용을 가려내 처리하는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