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후보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물러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이어 서울시의 새 수장이 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된 총력전에서 '시민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정치질서는 완전한 재편의 길로 내몰릴 전망이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86.91%를 개표한 오전 12시42분 현재 박 후보가 53.17%를 획득해 46.45%를 얻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이겼다. 박 후보는 20∼40대 유권자층에서 압승을 거뒀고, 25개구 가운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개구에서 승리하는 완승을 거뒀다.


박 후보는 안국동 캠프에서 당선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선택했다"며 "시민의 분노, 지혜, 행동, 대안이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이뤄내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11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부산ㆍ경남 민심의 가늠자였던 부산 동구 선거에서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가 승리한 것을 비롯해 대구 서구와 서울 양천구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이기는 등 한나라당이 8곳에서 당선됐다.


박 후보의 승리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민심의 열망이 분출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민세력이 기성 정치권을 사실상 심판함에 따라 현 정치질서는 대대적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이 총선ㆍ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 데다 '기성정치 대 시민정치'의 대결 구도로 치러짐에 따라 대선가도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를 지원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중심으로 제3세력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안철수 바람'의 강렬한 실체가 거듭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 원장을 정점으로 야권은 대통합의 국면으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민사회세력과 민주당이 그 과정에서 격렬한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은 격랑으로 빠져들어 국정 주도권을 잃게 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쇄신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박근혜 대세론'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해 당을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 대비체제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 보수시민사회세력과의 연합을 통한 재편 필요성 등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탈(脫) 한나라와 비(非) 박근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전체 유권자 837만4천67명 가운데 407만81명이 투표해 48.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재보선 전체의 평균 투표율 45.9%로 역대 최고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