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기총회에서 감사보고에 지지를 표하는 총대들.

올 회기 뉴욕교협의 여론을 확인할 수 있는 키워드는 ‘감사’였다. 이 감사들의 보고가 불법이냐 여부를 두고 논란은 많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사들을 지지하는 측과 감사들을 지지하지 않는 측이 표면화돼 나타난 것이 이번 정기총회다.


총회석상에서 채택되지 않았던 감사들의 행정감사 보고서에는 차기회장에 당선된 양승호 목사에 대해 후보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37회기 집행부에 대해 다소 거친 단어를 사용하면서 비판했다. 때문에 감사들을 지지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윤곽이 드러나는 정기총회였다.


이날 감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김원기 회장이 감사보고를 뒤로 미루고 임원선거부터 진행하게 하자 대거 반발했다. 감사보고 내용이 먼저 논의되느냐 여부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들은 총회 진행석까지 나와 강력하게 항의할 정도로 의사표현을 분명히 했다. 또 집행부의 회의진행 방식을 지적하면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총대들의 감사에 대한 지지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은 곧바로 일어났다. 감사보고를 임원선거 전에 받을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표결에 부쳐졌다. 양측은 팽팽했다. 그 결과 감사보고를 먼저 받자는 의견이 113명, 감사보고를 임원선거 이후 받자는 의견이 104표로 감사보고를 먼저 받게 됐다.


회장 선거가 예년에 없던 초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양승호 목사의 표가 다소 밀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총회장에 순간 감돌았다.


그러나 유동표는 양승호 목사를 지지했다


통상 지금까지 뉴욕교협 정기총회에서는 선거운동을 유리하게 주도했던 측에서 120여 표 가량의 지지를 얻으며 당선된 추세를 보여 왔다. 때문에 이번 정기총회는 고정표 120표에 유동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당락을 좌우할 핵심 관건이었다.


감사들을 지지하는 여론을 볼 때 노기송 목사가 근소한 차이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투표에 돌입하자 유동표의 움직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판독됐다. 양승호 목사의 우세였다.


양승호 목사는 1차부터 3차까지 우세를 나타냈다. 1차 투표에서는 양승호 목사가 147표, 노기송 목사가 134표를 얻었다. 2차 투표에서는 양승호 목사 140표, 노기송 목사 131표였다. 1,2차에서 2/3의 지지가 되지 않아 진행된 3차 투표에서 양승호 목사는 140표로 노기송 목사의 130표를 10표차로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감사보고가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양승호 목사가 우세하게 된 것에는 몇가지 분석이 뒤따른다.




▲유동표심은 결국 양승호 목사를 지지했다.

먼저 감사보고 중 행정감사 부분은 제외한 채 재정감사만 받게 됐다는 점이다. 애초에 감사들이 제시한 감사 내용 중 행정감사 부분에는 양승호 목사의 후보자격 시비문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날 감사보고 과정에서 감사들은 '재정'을 위한 감사임이 확정됐고 결국 감사를 지지하는 측에서 가장 핵심으로 봤던 '행정감사'는 제외된 채 재정감사에 대한 보고만 받아들여졌다. 선거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다.


또 한 가지 원인은 감사보고에 대해 특별히 의견을 내지 않았던 숨은 '유동표'가 양승호 목사를 다수 지지했다는 것이다. 감사들의 보고를 선거 전에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이 113명으로, 이에 반하는 의견 104명을 합해도 총 217명이었다. 결국 50~60여 명의 감사보고에 대한 찬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동표'는 양승호 목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기송 목사는 회장선거에 앞서 소견을 발표하는 중 총회장소에 경찰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마치 일제시대에 일본경찰이 교회를 감시하는 것과 같은 풍경"이라면서 "만일 회장으로 선출된다면 공의가 하수와 같이 흐르는 교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노기송 목사는 17일 열렸던 후보토론회에서는 양승호 목사의 후보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있는 법도 적용 하지 않고, 없는 법도 만들어서 적용해서는 안된다"면서 현 집행부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공의를 하수와 같이 흐르게 하겠다"는 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결국 이날 양승호 목사가 근소한 차이로 회장에 당선됨에 따라 노기송 목사가 외친 개혁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 됐다. 38회기를 진행할 현 집행부가 공의로운 행정을 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조력해야 하는 자리에서 교협을 섬기게 됐다.


양승호 목사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감사를 지지하던 이들도 더 이상의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행정감사'에 대한 거론을 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았다. 당초 감사들의 감사보고 과정에서 '행정감사'에 대한 부분은 일반회원의 입장에서 건의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총회가 폐회될 때까지 '행정감사' 안건을 제시하는 이들이 없었다. 그리고 회장 선거 이후 다수의 총대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 이미 '파장'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화합이냐, 분열이냐 뉴욕교협이 선택하는 길은?


역대 집행부 중 뜨거운 논쟁거리를 가장 많이 양산해 냈던 37회기는 이제 막을 내렸다. 김원기 회장은 물러나는 소감을 통해 "개혁이 아니라 법대로, 또 바르게 행정을 하기 위한 절차 가운데서 생긴 잡음"이라며 "이는 모두 자리를 바로 잡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승호 신임회장은 소통과 화합을 가장 우선적인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임회장 양승호 목사는 노기송 목사에 대해 "경선에 아름답게 참여해주신 노기송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노기송 목사님을 지지한 130표의 의견을 절대 잊지 않겠다"면서 화합하고 섬기는 리더십을 보일 것을 다짐했다. 노기송 목사도 이날 선거결과에 대해 깨끗하게 승복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번 정기총회는 '감사'를 기준으로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극명한 의견대립이 나타난 이례적인 총회였다. 표심은 감사를 반대하는 측으로 흘렀다. '감사'를 지지하는 측이 과연 새롭게 출범하는 신임 집행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교협의 올 회기 미래가 달려있다. 개혁이냐 분열이냐는 현 집행부 보다 오히려 현 집행부에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양승호 목사는 소통과 화합을 가장 우선적인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반대여론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상황 가운데서 노기송 목사를 지지한 여론이 양승호 신임회장의 소통과 화합 요청에 손을 내밀지 여부가 주목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