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뉴욕에서 돈을 벌고 싶으면 주식 대신 택시면허를 사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택시면허 메달 2개가 각각 100만달러(11억5천만원)에 팔렸다. 뉴욕시가 현행 택시면허 제도를 도입한 지난 1937년 이래 최고가 기록이다. 하나가 100만달러 선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메달은 `옐로캡'으로 불리는 맨해튼의 노란색 택시의 보닛 위에 붙어 있는 알루미늄 배지를 일컫는다.


뉴욕시가 74년 전 택시면허를 처음 도입했을 때 메달 가격은 개당 10달러였다.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157.50달러.


최근 30년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천100% 오른데 비해 같은 기간 메달 값은 무려 1천900% 뛰었다. 금이나 원유, 주택 등 그 어떤 상품도 메달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의 택시면허가 처음부터 이런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손님이 줄어들자 많은 운전사들이 면허를 스스로 시에 반납했다. 해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데 이때 소요되는 10달러의 비용이 아까워서였다.


뉴욕 택시리무진위원회(TLC)의 데이비드 야스키 의장은 "택시는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라며 "하지만 택시산업와 맨해튼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뉴욕 택시면허가 100만달러의 고지를 밟은 사연은 이렇다. 올 초에 한 면허 소유자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중개인 내트 골드베터를 찾아가 자신이 1980년대에 각각 8만달러를 주고 구입한 메달 2개를 팔아 달라고 의뢰했다. 이에 개당 97만5천달러를 내놓겠다는 제의가 있었지만 골드베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시장에 나오는 면허가 드물고 가격도 오름세여서 더 많은 금액을 써내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 메달은 결국 지난 19일 100만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골드베터 씨는 "택시면허가 이 정도 가격까지 오르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거래는 끝내줬다. 지루했던 일상이 완전히 깨졌다"고 말했다.


골드베터 씨는 지난 1985년 택시면허가 처음으로 10만달러를 넘어섰을 때의 거래를 성사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NYT는 이 소식을 1면에 실었다.


현재 뉴욕시에는 1만3천237개의 택시면허가 있으며 이 중 60%는 이번에 팔린 것과 같은 법인면허, 40%는 개인면허다.


법인면허는 오너가 직접 운전하지 않고 하루 24시간 타인에게 대여할 수 있지만, 개인면허는 오너가 직접 운전해야 하는 시간이 의무적으로 주어진다. 시세는 개인면허가 70만달러 정도로 법인면허보다 상대적으로 싸다.


뉴욕에서는 새로운 택시면허가 나오면 경매를 통해 판매되는데 이런 경우가 워낙 드물어서 희소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