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생전에 남부럽지 않은 금실을 자랑하던 90대 미국 노부부가 그 사랑을 확인하듯 손을 맞잡은 채 체온을 나누며 세상을 떠났다. KCCL닷컴 등 미국 인터넷 매체들은 교통사고로 숨진 고든(94)과 노마 이거(90) 부부의 식지 않은 사랑의 사연을 19일 전했다.
아이오와주(州)에 살았던 이들 부부는 1939년 결혼식을 올린 뒤 72년간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이 부부의 인연을 맺은 건 노마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이었다. 이날 고든 씨는 결혼하자며 노마 씨의 손을 붙잡았다.
살면서 4명의 자녀를 둔 이들 부부는 어디에 가도 붙어 다녔다. 장녀인 도나 씨는 "72년간 서로 사랑하며 함께 한다는 건 특별한 일"이라면서 "아버지는 엄마도 그럴 것이라며 자신이 항상 엄마 옆에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고 회상했다. 막내아들 데니스 씨는 "누구라도 우리 집에 오면 엄마는 언제나 활짝 웃으며 파티를 벌이는 능숙한 안주인이었고 아버지는 항상 주목을 받으려고 했다"고 거들었다. 아버지가 "나 좀 봐"라고 말을 걸면 어머니는 "저 사람, 나한테서 떨어지게 하거라" 하면서 호탕한 미소로 응대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매우 '구식'이어서 결혼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이들 부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온 건 지난 12일 자동차를 운전해 함께 시내로 나가려던 때였다. 마셜타운 근처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것이다.
병원 측은 중환자실로 두 사람을 옮겼지만 떼어놓을 수는 없었다. 데니스 씨는 "부모님이 그때 반응이 없었는데도 손을 꼭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고든 씨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오후 3시38분에 호흡을 멈췄다.
하지만 모니터기의 심장 박동은 여전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어요. 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죠. 간호사가 말해주더군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을 붙잡고 있어서 두 사람을 이어줬다고요. 엄마의 심장이 아버지의 심장을 계속 뛰게 한 겁니다."
간호사의 설명을 들으며 두 사람 옆을 지킨 가족들은 이로부터 정확히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38분 어머니도 떠나보냈다. 가족들은 "두 분이 따로는 가고 싶지 않았나 보다"라며 부모에게 함께 이별을 고했으니 "우리는 정말로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고 싶어했던 이거 부부의 뜻을 기려 지난 18일 열렸던 장례식에서도 가족들은 관에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채 이 세상과 안녕을 고하도록 했다. 두 사람은 함께 화장될 것이고 그 흔적으로 남을 재로도 함께 섞여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가족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