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탐욕의 1%'를 성토해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 두 운동에는 어떤 공통분모가 있을까. 2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오는 24일자 최신호에서 청년층의 주도로 불공정한 제도에 반기를 든 점을 가장 먼저 지목했다.


이집트에서는 몇년간 고성장이 이어졌고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도 조만간 자신들도 경제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소수에 의한 비민주적 체제가 유지됐지만, 고대했던 '낙수 효과'는 없었다. 미국에서는 경제 권력을 가진 소수가 경영에 실패하면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줬지만 그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일반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경제 제도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정치단체의 주도가 아닌 참여자들의 자발적 조직으로 이뤄진 집단행동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눈에 띄는 지도부가 없고 어떤 집단이나 개인도 전체 운동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 노동자 단체가 가세하면서 집단행동으로서의 동력을 얻었다는 점 등은 그에 따른 결과다. 무겁고 딱딱한 구호와 더불어 축제를 연상케 하는 노래나 춤 등이 의사 표현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 역시 '월가 점령'과 '아랍의 봄'이 갖는 공통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위원회 기능을 하는 내부 조직을 만들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과 직접 의사소통에 나선 점 역시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다. 기성 매체는 많은 일반인이 시위 참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어쩔 수 없이 시위에 주목해야 했다.


'월가 점령'과 '아랍의 봄' 사이에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아랍인들의 거부 대상이 정치적 불공정이었던데 비해 미국에서는 경제 제도의 불공정이었다는 점이다. 이집트에서는 독재 정권의 보복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시위 참여자들의 발을 무디게 만들었다면 미국에서는 무관심이 비슷한 역할을 했다.


아랍권에서 인터넷 차단 등의 강경 수단이 더 큰 반발로 이어져 결국 정권의 붕괴로까지 이어졌다면, 미국에서는 법을 지키는 한 공권력이 결정적인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 또한 두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