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 "출동 현장서 명함 받았을 뿐"
대회 조직위 "문화적 차이에서 온 오해"


(서울ㆍ대구=연합뉴스) 지난 15일 끝난 '미스 아시아 퍼시픽 월드' 대회에서 주최측 일부 인사가 외국 여성 참가자를 성추행하고 조직위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돈을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BC와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은 지난 19일 이 대회에 웨일스 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에이미 윌러튼(19,사진)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윌러튼은 "대회 진행 도중 주최측 인사 한 명이 내 상의를 벗기려 했고, 다른 사람은 후원자들과 사진 촬영을 위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참가자들이 한쪽으로 불려나가 '입상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같은 말을 들었으며, (그 자리에 있던) 참가자들 모두 이를 성적인 요구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항의하자 주최측 사람들은 계속 이렇게 하면 입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대회 참가자들이) 경찰을 부르자 주최측 고위 인사 한 명이 그 자리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통역사들이 우리의 말을 전해주지 않았다"며 "놀라서 몸이 굳을 지경이었지만 휩쓸리지 말고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지난 3일 서울에 도착한 뒤 주최 측으로부터 약속했던 항공료 600파운드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식사는 하루에 한 끼밖에 제공되지 않았고, 그 이유로 '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경찰청은 경찰관이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경찰관은 대회 관계자의 명함을 받았을 뿐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20일 밝혔다. 대구경찰청은 "대회조직위 관계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이 경찰관에게 귀국 후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당시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의 진상 조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2시30분께 대구 북구의 한 호텔 투숙객으로부터 '대회 관계자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김모 경사 등 북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웨일스 출신 피해자와 통역자는 당시 '대회에 참가해 서울에서부터 대구로 오면서 행사 도중 어깨와 허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지금 바로 경찰서로 가서 처리하는 방법과 추후에라도 고소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하자 피해자 측은 '영국으로 돌아가 국제변호사와 상의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경찰관들은 피해자와 대회 관계자, 통역자 등의 신원을 확인하고 대회 관계자가 주는 명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구북부경찰서 설용숙 서장은 "요즘 세상에 경찰관이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다"며 "영국 언론에 대해 성추행 관련 향후 수사계획과 출동 경찰관의 금품수수 사실이 없음을 알리는 등 정정보도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인대회 대구조직위의 하인영 실장은 "대회 참가자의 성추행 주장은 문화적 차이에 비롯된 것으로서 사진촬영 시 허리에 손을 얹거나 자세를 잡아준 것"이라며 "조직위 간부가 경찰관에게 명함을 준 사실이 돈을 준 양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이 대회 조직위 최영철 발기인도 성추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조직위 측이 돈을 건네 사건을 무마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지금이 1960년대냐. 우리나라가 세계 8대 경제 대국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최 발기인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대구 조직위의 60∼70대 관계자들이 참가자들의 등을 두드린 것이 문화 차이로 인해 오해를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화가 많이 났다. 그들을 상대로 가진 12일 설명회 자리에서 발생한 일로 보인다. 우리도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한 "이번 대회는 서울에서 6일(1∼6일), 대구에서 6일(7∼12일), 부산에서 3일(13∼15일) 등 보름간에 걸쳐 치러졌는데, 대구 조직위의 대회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BBC와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은 이 대회에 웨일스 출신 에이미 윌러튼(19)의 말을 인용해 한국인 조직위 관계자들이 참가자들을 성추행하고 성 상납을 요구하는 의미의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