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한 달을 넘겨 계속되는 가운데 요구 사항 채택과 활동자금 마련 등의 문제를 놓고 시위대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전날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 모여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인지에 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동안 정책에 대한 뚜렷한 요구 사항이 없다는 한계를 보여온 시위대가 열흘 전부터 요구 사항 정리를 위한 실무그룹(DWG)을 구성하고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


그러나 요구 사항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실무그룹이 총회 표결에서 만장일치 대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공식 요구 사항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히면서 참가자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었다.


반(反) 월가 시위에 첫날부터 참여했던 케네스 립은 실무그룹이 모든 사람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월가 점령' 시위 시스템을 우회해서 요구 사항을 전개했다고 비판했다. 립은 "요구 사항이 이행되려면 먼저 총의가 모여야 한다"면서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회피한 채 채택된 요구 사항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단문메시지 공유사이트인 페이스트빈닷컴에도 실무그룹이 자신들의 견해를 내세우려고 그룹 내 다른 이들의 '진지한 도덕적 반대'를 무시하고 있다는 익명의 글이 게시됐다.


활동자금 마련과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둘러싸고도 잡음이 일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광고 판매를 통해 모은 자금으로 6명의 정규직 활동가를 둔 사무실을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실무그룹의 제이 어리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결국 토론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으냐"면서 시위대 내부의 이런 의견 충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역시 실무그룹에서 일하는 숀 레던도 "우리의 첫 번째 투쟁은 요구 사항을 제시하자는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싸움"이라면서 요구 사항을 정해야 하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시위대 대변인 한 샨은 "사람들이(실무그룹 지칭) 왜 요구 사항을 원하는지 이해는 한다"면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요구 사항을 들이대는 것은 전략적 실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