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개인자산 180억 달러(2010년 기준)의 미국 8번째 부자. 2006년 이미 세계 기부 순위 7위에 오르고서도 이듬해 미국 사회에 1억4천만달러, 2008년에 개발도상국 지원과 금연사업 등에 5억달러를 연거푸 내놨던 인물. 2010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 영향력이 큰 갑부 1위.


민주당과 공화당을 거쳐 무소속으로 뉴욕시장 3선에 도전,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2010년 1월1일 3번째 4년 임기를 시작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얘기다. 그는 `부자들의 탐욕'에 항의하는 반(反)월가 시위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진원지인 뉴욕에서 10여년째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시위대가 탐욕스런 집단으로 지목하는 상위 소득계층 1% 중에서도 맨 앞에 서있는 그이지만, 시위대의 어느 누구도 그를 향해 1%라 소리치거나 적대감을 보이지 않는다. 시위대로 인해 심각한 불편을 겪는 주민들도 그에게는 불만이 없다.


블룸버그는 이쪽 저쪽 눈치만 보는 단순한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로 평가받는 사람은 아니다. 실제로 듣기 싫은 말이라도 할 말은 반드시 하는 그다. 다만 양측 모두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과 법집행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면서 시위대와 주민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 본인도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음을 고백했다. 시위 한달째인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시장은 맨해튼 인근의 퀸즈구(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위대가 가진 언론의 자유와 로어 맨해튼(시위대의 거점인 주코티 공원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 사이에서 최대한 균형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텐트를 보호하지는 않는다"며 공원에서 불법으로 텐트를 치고 한달째 노숙집회를 하는 시위대에 법을 준수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주거지역에서 정숙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시위대의 함성에 묻혀버리는 현실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에게 오직 하나의 견해만 허용되는 공간은 필요치 않다"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도 되는 자리가 있고, 텐트촌을 세워도 좋은 자리가 있는데, 이 두가지 공간이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위 정국에서 공(公)과 사(私)를 철저하게 구분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여자친구와 월가 시위에 대해 얘기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의 잠자리 대화는 브룩필드나 `월가 점령'에 관한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브룩필드 오피스 프로퍼티'(BOP)는 주코티 공원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업체로, 공원이 너무 더러워졌다는 점을 들어 지난 14일 시위대를 일시 퇴거시키고 대청소를 하려다 이를 포기한 바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 10일에는 시위대가 평화적 시위를 통해 법을 준수하는 한 공원을 무기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시위대에 수정헌법 1조에 따른 집회의 자유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시위대에 대한 BOP의 불만이 거듭 제기되고, 공원의 위생 문제가 시위대는 물론 인근 주민들에게도 위험한 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되자 이틀 뒤인 12일 예고도 없이 시위대를 방문해 잠정적인 퇴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랬다가 시위대가 밤새 공원을 청소하는 등 강제 퇴거를 피하기 위해 나름의 명분을 쌓고, 경찰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일변도의 태도를 보이자 최악의 사태가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BOP로 하여금 청소 계획을 잠정 연기하도록 유도했다. 꽉 막힌 행정이 아닌 절묘한 유연성을 발휘했던 것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번 시위를 사전에 내다볼 정도의 `선견지명'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그는 시위가 시작되기 불과 하루 전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년째 지속하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폭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지금 국민들은 이 나라에서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민들은 매우 화난 상태이며,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경고한 바 있다.